책임질 사람 없는 산불… ‘강릉’도 전깃줄이 원인, 공방 예고

서승진 2023. 4. 1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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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불 원인이 전깃줄 단선으로 추정되면서 책임소재와 배상문제를 두고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오전 8시22분쯤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난 산불은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선시켰고, 이 과정에서 전기 불꽃이 산으로 옮겨붙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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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전선 단선 화재 되풀이
강원도서만 축구장 4500배 소실
처벌 ‘제로’… 책임·배상 불투명
산림당국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강원도 강릉 산불 발화지점인 난곡동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강릉 산불 원인이 전깃줄 단선으로 추정되면서 책임소재와 배상문제를 두고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오전 8시22분쯤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난 산불은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선시켰고, 이 과정에서 전기 불꽃이 산으로 옮겨붙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산불로 산림 379㏊가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펜션 등 154곳이 전소되거나 일부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1명이 숨지고 17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시는 등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재민은 현재까지 154가구 328명이다.

전선 단선이 원인을 제공한 산불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 20년간 발생한 강원도 내 대형 산불 25건 가운데 전선 등 전기시설이 원인으로 확인됐거나 추정되는 산불은 5건, 피해면적은 축구장(0.714ha) 면적 4500여배에 달하는 3230㏊다.

2019년 4월 고성 토성과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은 전선이 원인이었다. 이 불로 고성과 옥계에서 2526㏊의 산림과 주택 및 상가 등의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2018년 3월 고성 산불도 전선 단선 때문이었다. 당시 산불로 356㏊의 산림이 사라졌다. 2005년 4월 양양 현남 산불은 전선 스파크, 2004년 3월 속초 노학 산불은 고압선 절단이 원인이었다.

산불 발화 원인이 전선 단선으로 드러나도 형사처벌은 물론 피해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2019년 고성·속초 산불과 관련해 전신주 관리를 소홀하게 한 혐의를 적용해 한전 직원들을 법정에 세웠으나 1·2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성·속초 산불 재판의 쟁점은 한전 직원에게 과실이 있었는지, 과실과 산불 간 인과 관계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져 산불이 발생한 점은 인정되지만 증거들만으로는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산불 발생 4년이 지나도록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배상마저 늦어지면서 이재민들이 더욱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2018년 3월 고성 산불 역시 전기 설비시설 기준에 따른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한 혐의로 채석장 업체 대표 등 2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강릉 산불도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책임과 손해배상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선 단선이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여러 차례 지목된 만큼 산불위험지역 지정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는 13일 “산불 우려가 큰 지역을 산불위험지역으로 지정한 뒤 강풍 발생 시 전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무 등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지역주민과 당국이 이를 제거해 나가야 한다”며 “피해 보상의 경우 정부에서 먼저 보상한 뒤 산불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의 신속한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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