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준표 해촉한 국민의힘, 이 정도 쓴소리도 용납 못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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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당 상임고문을 겸직한 전례가 없다는 게 명분이다.
국민의힘은 어느 순간부터 주류 세력과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비판 수위를 높이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불통의 당으로 변했다.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더불어민주당을 이롭게 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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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당 상임고문을 겸직한 전례가 없다는 게 명분이다. 그러면서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홍 시장이 최근 당내 현안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김 대표를 여러 차례 비판한 것이 해촉의 주된 이유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 달째 전광훈 목사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해결책이 홍 시장을 상임고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홍 시장이 당내 현안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자주 해온 것이 사실이다. 대구 시정이라는 본업 대신 훈수에 몰두한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1일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목회자와 가짜 뉴스만 일삼는 극우 유튜버만 데리고 선거 치를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주장하며 “셀프 자숙이 징계인가”라고 말했다. 김 대표를 향해서는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힌 건가.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당사자는 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별로 틀린 말이 없다.
상임고문은 권한이 없는 일종의 명예직이다. 홍 시장이 상임고문 자리에서 해촉된 게 특별히 중요한 것도 아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어느 순간부터 주류 세력과 다른 의견을 말하거나 비판 수위를 높이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불통의 당으로 변했다. 당내 다양성은 사라지고 우경화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더불어민주당을 이롭게 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배제됐다. 당내 분위기가 경직되니 할 수 있는 말은 민주당 비판이나 대통령실과 주파수를 맞춘 발언밖에 없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말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이제 ‘연대포기탕’이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정당의 기본은 다양성인데, 다양성이 제거되니 비전을 만들어낼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국민의힘의 당면 과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승리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 성과를 내야 한다.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과 경제 혁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이 필요하고, 원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을 설득해야 한다. 당내 쓴소리조차 용납하지 못하는데 야당 설득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거듭된 실수와 우경화되는 행태에 실망한 2030 세대와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떠나고 있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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