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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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소렌 키르케고르는 '한 번 고난당하지만 영원히 승리하는 기쁨'을 포착했고, 20세기 디트리히 본회퍼가 '덧없는 죽음의 세상 한가운데로 뻗으신 그리스도의 손'을 붙잡았다면, 21세기 토드 빌링스는 '황량한 스올의 어둠에서 비로소 목도하는 환히 빛나는 하나님의 얼굴'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끝의 자리만 아니라 그 너머에 계시는 그리스도의 소망을 통해 무의미한 끝을 두려워하는 우리 인생의 포물선에 유의미한 신학의 위안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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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소렌 키르케고르는 ‘한 번 고난당하지만 영원히 승리하는 기쁨’을 포착했고, 20세기 디트리히 본회퍼가 ‘덧없는 죽음의 세상 한가운데로 뻗으신 그리스도의 손’을 붙잡았다면, 21세기 토드 빌링스는 ‘황량한 스올의 어둠에서 비로소 목도하는 환히 빛나는 하나님의 얼굴’을 노래합니다. 그는 죽음을 회피하는 현대 문명의 ‘우상숭배적 소망’의 유람선을 십자가의 어뢰로 격침시킵니다. 그리고 필멸의 인생들을 ‘진정한 소망’의 항구로 인도할 구명보트에 태웁니다.
본래 조직신학자의 소명은 교회사에 빛나는 신앙고백서들을 오늘의 생생한 언어로 새로이 풀어내는 일입니다. 저자에게 소명은 숙명이 되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암 투병이 400년 전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의 진액을 짜내는 압축기 같아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일찍이 미로슬라브 볼프에게 전수받은 ‘선물 신학’의 씨줄과 세라 코클리에게 이어받은 ‘교부 신학’의 날줄을 하버드에서 치밀하게 짜내어 ‘칼뱅 신학’의 신선한 지평을 열고 템플턴 신학상에 빛나던 소장 신학자 빌링스입니다. 하지만 북미의 유서 깊은 신학교의 아늑한 캠퍼스를 뒤로하고 분연히 에티오피아 외딴 선교지로 떠났던 그를 어째서 주님은 암이라는 스올의 자리에서 맞이하신 걸까요.
그 풀리지 않던 질문의 실마리가 비로소 풀립니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당신의 유일한 위로는 무엇입니까. 살아서나 죽어서나 나는 나의 것이 아니요, 몸도 영혼도 나의 신실한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의 첫 번째 질문과 대답. 그 생생한 실재가 빌링스의 체험과 성찰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순간의 사람으로 지내온지라 스올의 자리는 고사하고 그 언저리에도 속수무책인 현대 문명 속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원의 사람이 되게 하는 스올의 신비를 자신의 피와 땀과 눈물로 써 내려간 비망록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끝까지 가보지 않은 이는 끝을 말할 수 없는 법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끝의 자리만 아니라 그 너머에 계시는 그리스도의 소망을 통해 무의미한 끝을 두려워하는 우리 인생의 포물선에 유의미한 신학의 위안을 선사합니다. 저자의 처방은 어설픈 밧줄도, 작은 손전등도, 일시적 연고도 아닙니다. 위대한 교부들 못지않게 진리의 단맛과 신맛, 생명의 부드러운 맛과 톡 쏘는 맛까지 자아내는 이 역작(力作)을 음미하는 자마다 덧없는 번영(prosperity)으로 허기진 땅의 흙먼지와 눈물 말고, 영원한 번성(flourishing)으로 가득한 하늘의 빵과 물을 먹고 마시리라 생각합니다.
송용원 장로회 신학대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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