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사 수는 정말 부족하지 않나

2023. 4. 14. 00: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개원의가 폐과를 선언하고, 대낮 대도시에서 응급환자가 거리를 떠돌다 사망하며, 연봉 4억원으로도 의사를 못 구해 일주일에 절반은 응급실 문을 닫는 지방 병원이 생기고 있다. 의사 인력 문제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의사 수가 부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배출된 의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병원·국민 등 여러 주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의사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인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 근무일 늘려 계산해도 부족 결론
일시 감소 소아과 소득도 곧 회복
의료 취약지 기준은 1시간이 타당

최근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통계를 왜곡해 소청과 개원의의 폐과 선언을 폄하하고, 또 이들이 연구를 잘못해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과를 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주변에 큰 병원이 없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주장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근거로 사용되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해관계와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하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팩트 체크를 해보자.

첫째, 소득이 줄어 폐과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한 소청과 개원의 주장을 확인해보자.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개원의 소득은 2010년 약 1억3000만원에서 2019년 약 1억8000만원으로 1.4배 늘었고, 이는 근로자 평균 임금의 4.2~5.0배에 달한다. 소득이 줄어 폐과 선언을 했다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의사회는 2020년 소아청소년과 건강보험 진료비가 2019년 대비 58% 수준으로 줄었는데 이를 의도적으로 감췄다고 주장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일시적으로 환자가 줄어든 것을 가지고 소청과 개원의 소득이 줄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실제로 2020년에 2019년 대비 58% 수준으로 감소했던 소청과 개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2022년에 147% 수준으로 다시 증가했다. 다른 개원의 건강보험 진료비보다도 10%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그래픽).

둘째, 의사들이 1년에 근무하는 일수를 짧게 잡아서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데 부족한 것처럼 잘못된 연구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주장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의사가 1년에 226일 근무한다는 가정 하에 2035년 우리나라에 의사가 약 2만7000명 부족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의사협회는 의사들이 주말과 공휴일을 모두 쉬고 19일의 연차와 병가를 모두 사용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가지고 의사 수요를 부풀렸고, 이렇게 의사를 늘리면 실제는 의사가 공급 과잉이 될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런데 의사들이 주말에만 쉬고 공휴일에도 일하고, 연차도 쓰지 않고, 아파도 나와서 일한다고 가정하면 1년 근무일수는 261일이 된다. 이 숫자를 가지고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약 2만3000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만7000명이든 2만3000명이든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간단한 산수만 해보면 검증할 수 있는 주장을 가지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셋째,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고 큰 병원이 없어 전 국민 7명 중 1명이 300병상 이상 큰 종합병원이 근처에 없는 의료취약지에 살고 있다는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만들어내는 공공보건의료통계집에 따르면 의료취약지에 사는 국민이 5.7%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들고 있다. 두 자료의 값이 다른 이유는 먼저 ‘사는 곳에서 큰 병원까지 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의료취약지라고 판단하는가’ 하는 시간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 국민 7명 중 1명이 의료취약지에 산다고 할 때는 큰 종합병원까지 1시간 이상이 걸리면 취약지로 분류하는 반면 국립중앙의료원 통계는 1시간 반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증 외상과 같은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이며, 큰 병원까지 가는 데 1시간이 넘는 지역은 입원환자 사망률이 더 높다. 1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는다는 뜻이다.

마크 트웨인이 오늘 대한민국에 살고 있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편견에 사로잡힌 통계.’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