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라이프톡] 영화 '스노든'이 알려주는 것들
미국의 불법 스파이활동을 폭로한 최대사건은 10년전(2013년)에 터졌다. CIA와 NSA에 근무한 해커 스노든이 작심하고 기밀정보를 복사해 언론에 넘겨 내용이 방대하다. 그 과정을 담은 다큐영화가 2016년 개봉된 ‘스노든’이다.
영화에서 주목되는 건 사건의 이면, 스파이들의 심리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미국은 왜 동맹을 불문하고 무차별적인 스파이활동을 펼치는가. CIA 교관 콜빈이 스노든을 정신교육시키며 하는 말이 그 답이다.
“3차 대전이 안일어나는 이유는 우리가 불철주야 정보수집하며 질서를 지켜왔기 때문이다.”“9ㆍ11 테러는 우리세대 책임이다. 앞으로 9ㆍ11 같은 테러가 일어난다면 너희들 책임이다.” “개인정보를 불법해킹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자유보다 안전을 원하기 때문이다. 안전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스파이 활동이 세계평화를 지키고, 테러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며, 안전을 위해 자유는 일부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런 합리화로 정신무장한 스노든이 실제로 맞닥트린 현장은 달랐다.
“테러리스트는 물론 국가와 기업, 모든 개인의 휴대폰과 컴퓨터, 메일과 SNS까지 추적하고 감시한다. 테러 방지는 핑계다. 경제적 사회적 통제다. 우리가 보호하는 건 (미국) 정부권력뿐이다.”
스노든은 ‘빅브라더’를 고발한 셈이다. 그런데 정부기밀을 훔쳐 폭로한 자체가 실정법 위반이다. 스노든은 이상을 외쳤지만 콜빈이 대변한 현실을 넘어설 수 없었다. 미국의 무차별 스파이활동은 여전한 현실이다. 인권을 외친 스노든이 러시아에 정착한 것도 아이러니컬하지만 현실이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https://www.joongang.co.kr/find/columnist/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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