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좋은 비주얼’이 각광받는 조직은 좋을까?
“비주얼이 좋잖아. 쟤 때문에 ○파리가 안 꼬여.”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에서 차무식(최민식)과 서태석(허성태)은 필리핀 카지노 운영자 민 회장(김홍파)의 오른팔, 왼팔이다. 어느날 차무식이 사사건건 자신에게 엉겨 붙는 서태석 문제를 민 회장에게 묻는다. “저 ×× 계속 데리고 있을 거예요?” 민 회장은 ‘비주얼’ 얘기를 꺼내며 “네가 이해 좀 하라”고 다독거린다.
그렇다면 높은 평가를 받는 서태석의 비주얼은 어떠한가. 결코 못난 외모는 아니다. 그런데 이목구비가 너무 뚜렷하다 보니 인상 쓰면 무섭다. 성격은 더 지랄 맞다. 다혈질로 아무에게나 으르렁거리고 작은 이익에도 쌍심지를 켜고 달려든다.
어떤 조직에나 ‘비주얼 좋은’ 빌런(악당)이 한두 명은 있기 마련이다. “왜 저 자리에 저런 사람을….” 갖은 억측에도 승승장구한다. 회장님이 품위를 지키실 수 있도록 궂은일을 대신 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작가 이중톈의 분석을 참고해보자. ‘소인(小人)에게는 소인의 쓸모가 있다. 정인군자(正人君子)들이 감히 하려 들지 않고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고…이들 자체는 별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나중에 쓸모가 없어졌을 때 버려도 아깝지 않았다.’(『품인록』)
“그냥 둬선 안 되겠어. 요즘은 내 머리 위에 서려고 해.” 얼마 지나지 않아 민 회장은 차무식에게 서태석 처리를 지시한다. 단물이 빠지면 뱉는 게 권력의 생리다. 서태석이 사라진 자리는 차무식이 대신하면 된다.
가끔은 ‘서태석’들이 쓰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들이 각광받는 조직은 오래가기 어렵다. ‘비주얼’뿐 아니라 ‘정신’을 떠받힐 인물이 있어야 기강이 서고, 지속 가능해진다. 삼국지로 말하자면 때론 여포도 필요하지만 관우나 제갈량이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이유다. 아, 회장이 서태석이면 어떻게 하냐고? 그건 좀….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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