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력 실종된 간호법 갈등…입법 폭주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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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간호법 강행 보류, 다음 본회의 상정키로
쟁점 법안 일방 처리 대신 합리적 대안 찾아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 했지만 일단 보류됐다. 당초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불발을 이유로 본회의 의사 일정에서 제외했던 사안이다. 민주당은 의사 일정 변경 동의안을 통해 법안을 상정하려고 했지만 김 의장이 다시 제동을 걸었다. 김 의장은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며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간호법 제정안을 놓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한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의 역할과 업무 범위를 단일한 법체계로 관리한다. 여기서 간호사 관련 사항을 별도의 법체계로 분리하는 게 간호법 제정안의 골자다. 세부 조항에서 일부 쟁점은 있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현행 의료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간호협회는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13개 보건의료단체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반발한다. 의사협회 등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렇게 사회적 갈등이 큰 법안일수록 충분한 논의와 설득의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치권은 가만히 손을 놓고 있거나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뿐이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2021년 3월,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건 지난해 5월이었다. 국회에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중재안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의미다.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보건의료 관련 법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만든 1차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장악 의도가 의심되는 방송법 개정안도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다. 경영계가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고 반발하는 ‘노란봉투법’도 패스트트랙 수순을 밟고 있다. 제대로 된 토론이나 협상도 없이 수적 우위만 믿고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정부와 여당도 별다른 대안을 내지 못하고 상황을 방치한 것에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당정은 지난 11일 의료계와 간담회를 열고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이 자리에서 간호협회가 중재안에 반발해 중도 퇴장하면서 의료계 직역 간 갈등만 더욱 커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해당사자를 설득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절실하다. 보건의료 단체들 역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버틸 게 아니라 합리적인 중재안 마련에 협조해야 한다.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대의를 위해선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타협할 건 타협하면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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