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1년 전 실패 지우려 했나…김일성 생일 아닌 ‘13일의 도발’

정영교 2023. 4. 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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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3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당초 외교가에선 북한이 최대 정치 기념일로 여기는 김일성 생일(15일·태양절)에 맞춰 정찰위성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한이 그 시점을 이틀 앞당겼다.

외교가의 예상을 깬 ‘13일의 도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1년 전인 2012년 4월 13일 북한은 외신 기자들까지 초청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던 ‘광명성-3호’ 1호기를 ‘은하 3호’ 로켓에 탑재해 발사했다. 그러나 로켓은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북한은 발사 4시간 만에 이를 인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이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새로운 기술인 고체연료 엔진 방식의 로켓 발사 성공을 통해 11년 전의 실패를 상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4월 13일은 김정은에게 정치적 의미가 있다. 11년 전 이날 김정은은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면서 당·정·군을 모두 공식적으로 장악했다. 이날 고체연료 로켓 발사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식적으로 장악한 11주년 기념일을 김일성 생일 111주년(15일)과 북한군의 시원으로 삼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25일) 기념일로 이어지는 연쇄 정치 행사와 그에 따른 대외적 도발 일정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 12일 “북한을 ‘세계적인 우주강국’으로 건설하려는 것은 노동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100% 국산화된 시험위성과 실용위성을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진입시킴으로써 우주 정복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 주장과 달리, 북한의 인공위성 기술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최근 ‘국가안보전략’ 안보현안 분석에서 “북한이 지난해 12월 수행한 정찰위성의 시험 항목 및 방법, 촬영 영상을 기준으로 보면 2012년과 2016년에 발사한 광명성 3·4호에 비해서도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엔 제재로 인해 위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해외 구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구성품을 독자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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