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홍준표 당 상임고문 해촉…홍 “엉뚱한 데 화풀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최근 김 대표를 향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눈치를 본다”며 연일 비판을 이어오던 홍 시장은 “내가 잘못되어 가는 당을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며 홍 시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당 지도부를 두고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비공개로 전환된 자리에서 홍 시장을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게 아닌, 당 대표 직권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김 대표는 회의 직후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현직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신 것이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김 대표가 “입심 좋은 홍 시장이 당을 흔들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까지 흔들고 나설 것이 뻔한 상황에서 조기에 차단한 것”(친윤계 초선 의원)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 측 관계자도 “홍 시장을 해촉한 것은 김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여권 위상의 문제”라며 “홍 시장이 지속해서 지도부를 흔드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이날 두 차례 페이스북을 통해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 “옹졸한 정치를 이번에 끝내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달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 통일” 등 발언으로 설화(舌禍)를 빚은 데 대해 당 지도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하라”(3월 28일),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을 운영한다” 등이었다. 이에 김 대표는 지난 3일 “(홍 시장은) 지방자치 행정에 전념하면 좋겠다”며 자중을 촉구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난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고문”이라며 “전광훈 목사에게 무슨 발목 잡힌 당도 아닌데, (전 목사에게는) 말 한마디도 못 하고 ‘지방 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한다”고 거듭 맞섰다.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회에서는 윤 대통령의 정치력이 도마 위에 오르자 “노련한 정치력이 있는 사람을 다 제치고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놓고 왜 탓을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윤 진영도 가세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원회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해촉)까지 나온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김웅 의원은 “막말(김재원)은 괜찮지만, 쓴소리(홍준표)는 못 참느냐. 차라리 막말하라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며 “김 대표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연대 포기탕’이냐. 이러니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 심지어 비대위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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