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진 목련·튤립…실치회도 지금이 제맛

백종현 2023. 4. 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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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송이 튤립 장관이 펼쳐지는 안면도 꽂지해안공원. 현재 개화율은 60% 정도로 20일께 절정을 맞을 예정이다.

충남 태안으로 꽃놀이에 나섰다. 바다로 둘러싸인 태안반도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내륙보다 꽃소식이 늦은 편이어서다. 이상고온 때문에 서울은 보름가량 벚꽃이 일찍 찾아왔다가 서둘러 가버렸다. 태안에는 벚꽃과 동백·수선화가 아직 남아있고, 4월 말까지 목련과 튤립도 원 없이 볼 수 있다.

동백 한창인 ‘안면암’서 인증샷

봄기운 완연한 안면암

태안 안면도 동쪽, 정당리 해안 끄트머리에 ‘안면암’이라는 사찰이 있다. 1998년 창건해 역사도 규모도 옹색하지만, 이른바 신흥 명소로 통한다. 걸출한 풍경 덕분이다. 인스타그램에만 1만 개 이상의 인증 사진이 쏟아질 정도다.

안면암 앞마당이 바로 천수만이다. 안면암 앞바다 바위섬에도 암자가 있는데, 충남 서산의 간월암처럼 갯벌 드러나는 간조 때만 드나들 수 있는 신비의 장소다. 탁 트인 전망도 훌륭하고, 물 위에 뜬 부상탑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 등을 담을 수 있어 사진 동호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절을 에워싼 벚나무와 동백에 봄기운이 깃드는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여행자가 몰려온다.

서울은 벚꽃이 졌지만, 안면암에는 벚꽃이 남아있었다. 7일 오전 찾았을 때는 전날 쏟아진 비로 벚꽃과 동백이 땅 위에도 내려앉아 되레 더 멋스러웠다. 사찰 관계자는 “벚꽃은 봄비에 곧 사라지겠지만, 동백은 아직 단단히 붙어 있다”고 귀띔했다. 벚꽃이 터널이 이룬 복전함 가는 길, 동백이 한 줄로 도열한 대웅전 앞 등 곳곳이 인증 사진 포인트였다.

목련축제, 튤립축제 이달 절정

천리포수목원은 목련축제가 한창이다.

태안의 4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태안반도 서북쪽 해안의 천리포수목원을 찾으니, 목련축제(4월 30일까지)가 한창이었다. 57만㎡(약 17만2000평) 규모의 천리포수목원에는 연구를 목적으로 출입을 통제한 구역이 여럿 있다. 그중 목련원과 목련산은 축제 기간에만 연다. 하루 최대 120명만 드나들 수 있는 비밀의 장소다.

목련원에 들어가 봤다. “전 세계 1000여 개 목련 분류군 중 871개가 이곳에 있다”는 안내자의 설명대로 갖가지 목련꽃이 하늘거렸다. 발레리나의 치마처럼 꽃잎이 풍성한 ‘매그스 피루엣’, 하늘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든 ‘선라이즈’ 등 저마다 앙증맞은 이름과 빛깔로 봄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안면도 꽃지해안공원에서 열리는 튤립축제(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도 5월 7일까지 이어진다. 매년 3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대표적인 꽃놀이 장소다. 코로나가 닥친 2021년에도 12만 명이 다녀갔다. 축제 관계자는 “지난가을에 심은 튤립 200만 송이가 4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봉오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튤립 개화율은 60% 정도. 절정은 4월 20일이다.

안면도 마검포항서 실치회 한입

갓 잡은 실치로 맛을 낸 회무침은 4월 서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봄철의 별미다.

고장마다 봄을 알리는 별미가 있다. 안면도에서는 가늘고 잘고 살결이 투명한 생선 ‘실치(베도라치의 새끼)’가 있다. 시중에서 파는 뱅어포 대부분을 실치로 만든다. 실치는 그물에 딸려 나오기가 무섭게 죽어버리는 터라 산지에서만 회로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장소가 안면도 마검포항이다.

갓 잡은 실치로 맛을 낸 회무침은 4월 서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봄철의 별미다.

실치가 제맛을 내는 시기가 바로 4월 이맘때다. 5월 초순만 지나도 뼈가 억세지고 맛이 떨어져 회로 먹지 못한다. 부둣가에서 36년을 버틴 ‘선창횟집’의 김수지 사장은 “안면도 뱃사람은 실치가 밥상 위에 올라와야 비로소 봄이 온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실치는 그냥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의외로 조리법이 다양하다. 전으로도 부치고, 된장국에도 넣고 끓인다. 가장 대중적인 조리 방식은 무침이다. 오이·당근·깻잎·배 등을 곁들인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씹을수록 담백하고 향긋한 것이 계속 입맛을 당겼다.

태안=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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