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타 뒤 11득점… 삼성 홈런 4방 몰아쳐 6연패 탈출
잠들었던 삼성 라이온즈의 방망이가 깨어났다. 특타 훈련 후 홈런 네 방을 몰아쳤다. 6연패의 늪에서도 힘겹게 벗어났다.
삼성은 12일 대구 SSG전에서 0-3으로 진 뒤 야간 타격 훔련을 실시했다. 박진만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배팅볼을 던져주며 선수들의 독기를 끌어올렸다. 팀 타율 9위에 머물며 6연패를 당한 타선이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은 13일 경기 전 "부족하면 더 해야 한다. 승패는 어차피 감독 책임이지만,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해줘야 할 것은 해줘야 한다. 다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힘이 닿는데 까지 던졌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면서도 "투수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타격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삼성 타자들의 배트는 1회부터 힘차게 돌아갔다. SSG 선발 박종훈의 제구 난조를 놓치지 않았다. 구자욱·김지찬이 몸맞는공으로 연이러 출루한 뒤 호세 피렐라의 2타점 2루타로 선제점을 뽑았다. 6번 타자 김동엽은 1사 1·2루에서 장쾌한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4일 한화전 이후 시즌 2호 홈런.
SSG는 2회 에레디아의 솔로홈런으로 한 점을 따라붙은 뒤 3회 최지훈-최정-최주환-에레디아의 연속 안타로 3-5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삼성의 홈런포가 다시 불을 뿜었다. 3회 말 오재일이 투런 아치를 그린 데 이어 김동엽이 연속타자 홈런을 날려 다섯 점 차로 벌렸다. 김동엽이 멀티홈런을 기록한 건 2020년 10월 1일 대구 KT전(2홈런) 이후 924일 만이다.
하지만 SSG의 저력은 무서웠다. 7회 초 한유섬이 적시타를 터트려 1점을 추격했고, 8회 초 김강민-오태곤-최지훈의 연속 안타로 만루를 만들었다. 삼성은 우규민이 최정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한 뒤 마무리 오승환을 조기투입하는 강수를 띄웠다. 그러나 최주환이 주자 일소 2루타를 때렸고, 에레디아가 다시 2루타를 때려 9-8 역전을 이끌었다.
삼성은 또다시 장타로 반격했다. 8회 말 선두타자 구자욱이 솔로홈런을 터트려 9-9 동점을 만들었다. 김지찬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찬스를 다시 만든 삼성은 오재일이 중견수 방면 2루타를 때려 10-9 재역전에 성공했다. 중견수 김강민이 몸을 날렸지만 미치지 못했다. 오재일의 통산 1100호 안타. 김동엽의 적시타가 터지면서 삼성은 한 점을 더 달아났다. 오승환은 9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켰다.
김동엽이 5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오재일이 4타수 2안타 3타점, 구자욱이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볼넷을 올린 삼성은 11-9 승리를 거뒀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단 모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한 덕분에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막혀있던 타선이 풀린 경기였다. 오늘 계기로 타선에서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결승타를 때린 오재일은 "아직 터진 건 아니다. 며칠 전부터 좋아지는 느낌이 있었다. 좋은 타구 2개가 나와서 좋아지는 과정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이겨서 좋다"고 말했다. 결승타 상황에 대해선 "안타 코스였는데 강민이 형이 그 자리에 있어서 '설마 잡히나' 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오재일의 타순을 변경하는 등 걱정했다. 오재일은 "모든 선수가 이겨야 분위기가 좋아지는데 경기가 안 풀리다 보니 자신감이 좀 떨어졌다. 역전당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이겨서 내일부터는 좋은 흐름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오재일은 "(역전당한 뒤)다들 당황스럽긴 했지만, 1점 차라 공격이 두 번이나 남아서 포기하지 않았다. 자욱이가 홈런을 쳐주면서 분위기가 올라왔다. 선두타자 홈런이라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더그아웃 분위기가 올라왔다. 내일부터 1선발이 들어가니까 좋은 흐름으로 갈 것 같다"고 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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