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라 더 넓어요”…EV9 ‘대박 조짐’ [CAR]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4. 13. 22: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형 SUV도 이제 전기차 시대

크고 무거운 ‘대형 SUV’에도 전기차 바람이 분다. 기아가 최근 공개한 대형 전기 SUV ‘EV9’이 국내외에서 극찬을 받으며 전기차 시장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EV9은 국내 최초 대형 SUV 전동화 모델로 3열 시트 7인승 SUV다. 과거에는 대형 SUV 전동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크고 무거운 데다 고속 주행 시 공기 저항도 많이 받는 탓에 배터리·충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SUV가 ‘전동화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불렸던 이유다.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기차 개발 초기와 비교하면 최근 기술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일보했다. 여기에 소비자 전기차 모델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대형 전기 SUV 개발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기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BMW, 볼보 등 수입차 브랜드도 너 나 할 것 없이 대형 전기 SUV 모델 전쟁에 뛰어들었다.

기아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대형 전기 SUV ‘EV9’ 외관. 2열과 3열 시트를 접을 수 있어 높은 실내 공간 활용을 자랑한다. (기아 제공)
‘플랫 플로어’ 덕에 넉넉한 공간

2열, 180도 회전…차박 ‘안성맞춤’

지난 3월 30일 기아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EV9 실차를 공개했다. EV9은 행사장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대형 전기 SUV에 전 세계 각국 취재진과 관객이 쏠리며 부스가 북적였다.

EV9이 기존 SUV 전동화 모델과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은 역시 ‘넉넉한 실내 공간’이다.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가 지닌 ‘플랫 플로어’, 이른바 ‘평평한 바닥’ 덕분에 공간 활용에 제약이 없다. 엔진 동력을 바퀴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가 설치된 곳으로 차체 바닥 가운데 ‘툭’ 튀어나온 부분을 일컫는 ‘센터 터널’이 없다. 당연히 내연기관 모델 대비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형 SUV 전동화가 어렵다고 했지만, 실은 대형 SUV야말로 전동화 장점을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는 차종이다. 평평한 바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널찍한 실내 공간을 갖춘 대형 SUV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내가 더 넓게 느껴지는 이유는 자유자재로 돌리고 접을 수 있는 2열과 3열 덕분이다. EV9 2열에 적용한 ‘스위블 시트’는 180도 회전이 가능하다. 시트를 돌리면 넉넉한 레그룸을 가운데 두고 3열과 마주 볼 수 있어 마치 ‘라운지’ 같은 느낌을 준다. 2열은 물론 3열 역시 납작하게 접을 수 있다. 2열을 돌린 후 3열을 접고 테일 게이트를 열어놓으면 그 자체로 텐트 같은 느낌을 준다. ‘차박’ 등 캠핑에 용이한 구조다. 차체도 크다. 전장(길이) 5010㎜, 전폭(너비) 1980㎜, 전고(높이) 1755㎜에 달한다.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길이는 더 길고 폭은 더 넓다.

1회 충전 시 500㎞ 달려

자율주행 레벨3…첨단 기술 탑재

대형 전기 SUV 숙제로 꼽혔던 ‘주행 가능 거리’와 ‘충전 시간’에 대한 우려도 해소된 모습이다. EV9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목표는 국내 인증 기준 500㎞ 이상이다. 최대 475㎞를 갈 수 있는 EV6 롱레인지 모델보다 30㎞ 이상 늘어난 셈이다. 99.8㎾h 대용량 배터리가 일등 공신이다. 과거 EV6 고성능 모델 GT가 77.5㎾h짜리 배터리를 장착한 것과 비교하면 용량 자체가 다르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350㎾급 충전기를 적용한 400V(볼트)·800V ‘멀티 초급속 충전 시스템’ 덕에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5분 정도다. 충전소 도착 시점 배터리 온도를 제어해 충전 속도를 최적화하는 ‘배터리 컨디셔닝’, 냉난방 독립 제어로 소모 전력을 줄이는 ‘후석 독립 공조 시스템’ 등 기능도 충전 효율을 보조한다.

EV9 상징성이 큰 만큼 기아 최초로 탑재된 기능도 많다. EV9 GT-라인에는 기아 최초로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이 도입됐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스스로 앞차와의 안전거리와 차로를 유지하며 최고 80㎞/h의 속도로 주행 가능하다. 현재 상용화된 레벨2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기능 사용 중 운전대에 손을 올려놔야 한다. 이 밖에 시동 버튼을 통합한 조작 편리함을 높인 ‘전자식 변속 레버’, 차량 구매 이후에도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사양을 온라인으로 추가할 수 있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도 EV9에서 처음 선보이는 기능들이다.

기아는 올해 2분기 중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사전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EV9(2·4WD) 2종을 시작으로 추후 GT-라인과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까지 총 4가지 라인업을 운영한다.

수입차 브랜드도 대형 전기 SUV 경쟁에 참전했다. 사진 왼쪽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1월 선보인 ‘더 뉴 EQS SUV’, 오른쪽은 BMW가 3월 국내 출시한 ‘뉴 XM’. (각 사 제공)
치열한 대형 전기 SUV 경쟁

벤츠 ‘뉴 EQS’, BMW ‘뉴 XM’ 출시

EV9 공개로 국내 대형 전기 SUV 시장은 제대로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대형 전기 SUV 모델을 선보인 수입차 브랜드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미 국내 판매를 시작한 모델이 2개나 있다.

벤츠는 올해 1월 ‘더 뉴 EQS SUV’를 발표했다. 기존 내연기관 대형 SUV ‘GLS’의 전기차 버전으로 최대 7인까지 탑승 가능하다. 역시나 넓은 실내 공간이 장점이다. 전동으로 조절 가능한 2열 시트는 최대 130㎜ 앞뒤로 조절 가능하다. 3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2100ℓ까지 늘어난다. 5명이 타고도 4개의 골프백을 실을 수 있는 크기다.

주행 거리와 충전 시간도 걱정 없다. 스탠더드 모델인 ‘더 뉴 EQS 450 4MATIC SUV’를 기준으로 배터리 용량은 107.1㎾h,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459㎞에 달한다. 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약 31분 안에 충전할 수 있다.

이에 질세라 BMW 역시 지난 3월 대형 전기 SUV 출시를 공식화했다. BMW ‘뉴 XM’이 주인공이다. 제로백이 4.3초일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뉴 XM은 EV9이나 더 뉴 EQS SUV와는 달리 순수 전기차가 아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동화 모델이다. 순수 전기 모드로만 따지만 환경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62㎞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 모드 최고 속도는 시속 140㎞ 정도다.

가격 측면에서는 EV9이 벤츠 ‘더 뉴 EQS SUV(1억5270만원, 스탠더드 기준)’와 BMW ‘뉴 XM(2억2190만원)’보다 경쟁력이 있다. EV9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7000만~9000만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준대형인 테슬라 SUV 전기차 ‘모델X’ 평균 가격(약 1억4300만원)과 비교해도 확실히 저렴하다.

EV9 공개 행사에서 송호성 기아 사장 발언 내용으로 가격을 추정해볼 수 있다. 송 사장은 “합리적인 가격과 상품 구성을 통해 EV9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최대한 많은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개편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으로 8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기아에서 보조금 혜택을 언급했고 럭셔리 브랜드를 지향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에 비춰보면 8500만원 미만으로 책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4호 (2023.04.12~2023.04.18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