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매출에도…컬리, 상장 재추진 물음표 [BUSINESS]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3. 4. 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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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커졌지만 결손금은 2조 ‘훌쩍’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설립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2조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0.5% 늘었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단순히 비용을 늘려 외형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쉽게 말해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좋지 못하다는 평가다. 실제 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334억원으로 전년(2177억원) 대비 늘었다. 이에 결손금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컬리의 ‘상장 재추진’ 계획에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지난 1월, 컬리는 추진 중이던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서 예상했던 몸값(약 4조원)과 당시 장외 거래가로 계산한 기업가치(약 1조원) 간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컬리는 당시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컬리를 향한 시장 평가는 요지부동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4월 3일 기준 컬리의 기업가치는 8190억원. 벤처캐피털(VC)업계 일각에서는 컬리의 유동성 위기를 점치는 분석까지 나온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형을 키우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컬리는 신사업에 쓸 자금 확보를 위해 올해 초부터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선 상태다.

성장에 가려진 ‘결손금 2조원’

외부 자금 조달 ‘뚝’…올해 견딜 수 있나

2014년 설립된 컬리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인 2016년 173억원이던 매출은 2018년 1571억원, 2021년 1조5614억원까지 커졌다. 설립 8년 만에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는 매출 2조372억원으로 연간 매출 2조원 장벽도 넘어섰다.

하지만 컬리의 성장에는 내실이 없었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업’ ‘이커머스’ 등 수식어를 떼고 지표만 보면 컬리는 ‘파산 위험’에 가까운 회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컬리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6년 88억원에서 2018년 336억원으로 늘더니 2021년 2177억원, 2022년 2334억원으로 급증했다. 수년간 적자가 쌓이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결손금은 2조645억원까지 불어났다. 결손금은 기업의 순자산이 감소할 때 감소분을 누적해 기록한 금액이다. 향후 기업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결손금부터 우선 상계해야 한다. 컬리 측은 영업손실에 더해 전환주, 상환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뀌는 과정에서 결손금이 늘었다고 밝혔다.

적자뿐 아니라 영업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연간 1000억원대 현금도 고민거리다. 컬리의 지난해 영업 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575억원. 전년 대비 현금 순유출 폭이 200억원 이상 늘었다. 이쯤 되면 컬리에 남아 있는 현금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컬리는 유동성 우려에 대해 “(사업을 진행하기에) 현금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컬리의 현금성 자산은 1956억원. 전년(1483억원) 대비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적자가 누적되고, 영업 과정에서 1000억원대 현금이 빠져나가는 컬리는 어떻게 보유 현금을 늘릴 수 있었을까.

모두 외부 자금을 충실히 조달한 덕분이다. 컬리의 2021년과 2022년 재무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액은 각각 2513억원, 2604억원에 달한다. 영업 과정에서 빠져나가는 현금을 메우고도 남는다. 2021년은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2254억원을 조달했고, 2022년은 유상증자로 2500억원을 확보했다. 유상증자 건의 경우 2021년 말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투자한 2500억원이 지난해 재무제표에 반영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컬리가 마지막으로 투자를 유치한 때는 2021년이다. 이후 외부 자금 조달은 사실상 전무하다. 대규모 자금 확보를 계획한 IPO는 무산됐다. 이에 컬리는 연초부터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섰고, 최근 앵커PE 등 기존 투자자들과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1000억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협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외부 자금 조달 규모가 이전보다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컬리는 올해 신사업 ‘뷰티컬리’를 본격화하고, 본업 ‘마켓컬리’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예년 대비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켓컬리 배송 트럭. (컬리 제공)
달라진 이커머스 IPO 환경

최적 상장 시점 찾아올까

이제 시장 관심은 컬리의 IPO 재추진 시점에 쏠린다.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자금 확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커머스를 포함한 플랫폼 기업의 IPO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형만 키우는 형태로 성장하는 기업의 몸값을 두고 “거품이 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총거래액(GMV)’ ‘주가매출비율(PSR)’ 지표에 대한 불신이다. GMV와 PSR은 과거 플랫폼 기업 몸값 측정 시 활용되는 대표적 지표였다. 매출은 증가하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들이 몸값 산정 때마다 꺼내들던 카드다. 플랫폼 기업 투자 붐이 일 당시에는 이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외형 성장이 아닌 수익성으로 증명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컬리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다.

물론 ‘쿠팡’ 같은 예외 사례도 있다. 쿠팡은 적자 지속에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최근 흑자까지 이뤄냈다. 컬리 역시 적자를 무릅쓰고 물류 경쟁력에 투자하며 외형 확대에 힘쓴다는 점은 당시 쿠팡과 비슷하다. 다만 컬리는 쿠팡과 달리 압도적 자본력과 점유율을 갖춘 기업이 아니다. 오픈서베이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식품 온라인 시장점유율은 8% 수준에 그친다. 이커머스 전체가 아닌 ‘버티컬 시장’에서조차 한 자릿수 점유율이다. 반면 상장 당시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지켜왔다. 또 성장 과정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라는 대형 투자자의 대규모 자금 지원도 있었다.

만약 컬리가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이 오더라도 문제다. 무엇보다 지배구조 문제를 먼저 풀어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김슬아 대표의 컬리 지분율은 6.2%에 불과하다. 5년 전 28%였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도 안 된다. 더군다나 김 대표 지분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컬리는 앵커PE와 유상증자 형태로 1000억원대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경우 김 대표의 지분은 또 희석된다.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은 컬리의 상장 도전을 발목 잡을 수 있다. 실제 컬리가 앞선 상장 추진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문제기도 하다. 당시 컬리는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통과도 쉽지 않았다. 통상 상장 예심 통과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2개월. 하지만 컬리는 상장 예심 통과에만 5개월이 소요됐다. 거래소가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컬리는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의무보유확약서를 받고, 거래소에 제출해 상장 예심을 통과했다.

이 때문에 VC업계는 당분간 컬리의 상장 재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올해 말부터는 상장을 재추진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컬리 측은 상장 재추진 계획과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적의 시점이 올 때까지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는 더욱 안정된 물류 시스템과 상품 관리, 데이터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4호 (2023.04.12~2023.04.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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