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어머니와 홍어

2023. 4. 1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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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어머니 밥상은
부뚜막이거나 연둣빛 풀밭이었다
어쩌다 잔칫날 상에 오른 홍어
질긴 날갯살은 어머니 차지였다
그로부터 어머니는
날개무침을 좋아했다
오래 씹을수록 더디게 살아나는
질긴 사랑처럼 깊은 맛
어머니의 삶은 홍어와 닮았다
거친 파도가 두려워
깊은 바다 밑에 숨은 듯
납작 엎드려 온 홍어처럼
한평생 낮은 세상에서
땀에 전 몸 발효 시키며
허리 구부리고 살아온 당신은
들여다볼수록 슬픈 얼굴이다
홍어는 죽어서 더욱 향기롭고
어머니는 이승 떠난 후에야
사무치는 그리움 되었다

-문순태 시집 ‘홍어’ 중

소설가 문순태가 홍어 시 100여편으로 채운 홍어 시집을 발표했다. 전라도 작가인 그에게 홍어는 가장 전라도다운 음식이다. 이 시는 홍어에서 어머니를 떠올린다. 홍어 날개무침을 좋아하시던 이유, 홍어처럼 질기고 깊은 사랑, 납작 엎드린 홍어처럼 허리 구부리고 살아온 인생, 그리고 홍어 향처럼 사무치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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