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송영길 캠프 9명, 의원 등 40명에 9400만원 전달 포착"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 검찰이 2021년 당시 당대표 후보자였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 최소 40명에게 현금 총 94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조모 전 인천시 부시장,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 등이다.
1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둔 4월 말경 강래구 회장에게 ‘돈 살포’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강 회장은 윤 의원의 요청에 따라 4월말 경 3000만원을 마련한 후 300만원씩 봉투 10개에 담아 전당대회 직전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모씨를 통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고, 윤 의원은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봉투를 받은 다음 날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봉투를 1개씩 나눠준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상황은 같은 날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에게 현금을 추가로 요청하면서 반복됐다. 이에 강 회장은 다시 현금 3000만원을 마련한 후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재차 3000만원이 뿌려졌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돈 봉투를 받은 인물은 중복될 가능성이 있어 6000만원을 받은 민주당 의원을 총 20명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본부장급에도 900여만원의 돈이 뿌려졌다. 2021년 3월 초엔 강 회장이 먼저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 살포를 하고자 하는 의향을 표시했고, 송영길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하던 조 전 부시장이 현금 1000만원을 마련해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전 부총장 등은 봉투 20개에 50만원씩을 넣어 강 회장에게 전달했고, 강 회장은 지역 본부장 10여명에게 총 9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지역위원장의 경우 강 회장의 지시를 받고 현금 500만원을 마련해 다른 지역본부장 7명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회장은 4월 말 추가로 현금 2000만원을 마련했고, 이 전 부총장은 이를 50만원씩 봉투에 담아 지역상황실장 20명 이상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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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속 “돈 1000만원을 주라”
JTBC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관석·이성만 두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회장과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돈 봉투를 의원들과 원외위원장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2021년 4월 25일 강 회장은 이 전 부총장에게 “(윤)관석이 형이 꼭 돈을 달라면 돈 1000만원을 주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틀 뒤 “저녁 먹을 때 쯤 올 거다. 그러면 10개 주라”고 당부했다. 이 전 부총장은 국회 앞의 한 중식당에서 윤 의원을 만나 돈을 전달했다. 이 전 부총장은 이후 강 회장에게 “윤 의원 만나서 그거 줬다”라며 돈을 준 사실을 알렸으며 송 전 대표의 보좌관에게도 돈을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윤 의원은 같은달 28일 이 전 부총장에게 전화로 “인천(지역 의원) 둘하고 A는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또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그래서 세 개 뺏겼다”라며 추가로 돈 봉투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송 전 대표를 지지했던 호남 지역구의 5명 안팎 의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돈을 건네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지난해 10월 이정근 전 부총장 수사 통해 단서 확보
검찰은 지난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정당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자택 등 2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 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정근 전 부총장의 10억원대 금품 수수 사건 수사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불법 정치자금 의혹의 단서를 발견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포렌식으로 수년 치의 통화녹음을 확보,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의 대화 내용을 파악했다.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송영길 전 대표와 우원식·홍영표 의원이 당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2일 전당대회에서 35.6%를 득표해 당 대표가 됐다. 이 전 부총장과 강 회장은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선거 운동을 돕고 있었고, 윤관석 의원은 송 전 의원 취임 후 당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이 전 부총장, 강 회장 등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불법 정치자금의 전달 경위와 자금의 성격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총장의 뇌물수수 혐의뿐 아니라 2020년 한국복합물류 상임감사 취업 과정에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송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은 이미 수개월 전 녹취 파일을 확보했는데 문제가 있으면 그때 수사를 같이 해야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 역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보도에 언급된 인물들 이야기에 본인이 거론되었다는 것조차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여 이루어진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탄압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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