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부결 이어 간호법 상정 무산되자 민주당 “의장 과도한 권한행사”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재표결이 이뤄졌지만 부결됐다. 재석의원 290인 중 찬성 177인, 반대 112인, 무효 1인이었다. 재의요구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날 투표에선 국민의힘(115명) 의원 대부분이 반대한 것으로 추산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간호법 상정을 미룬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3.04.13

당초 양곡법은 의사일정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양곡법 개정안을 의사일정에 추가하는 일정 변경 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려 표결을 시도했다. 국회법에 따라 의원 20명 이상의 요청으로 본회의에서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의결하면 당일 의사일정을 바꿀 수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양곡법을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자 “남는 쌀 강제 매수법”으로 규정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법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평년보다 5~8% 떨어지는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무조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앞서 이날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쟁점이 해소되지 않고 재정부담을 가중하거나 사회적 갈등이 뻔한 법안을 국회법을 악용해 일방 강행하는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윤재옥 원내대표)며 재의결에 반대했다.

표결 직후 민주당은 “국회입법권을 전면 부정하고 무시한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용산출장소’ 행태에 대해 분명히 경고하고 규탄한다”며 “향후 농민단체와 직접 소통하며 대체입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기 편만 보고 하는 정치”라며 “뻔히 부결이 예상되는데도 무리하게 의사일정을 변경해 이 법안을 처리하는 건 대통령과 정부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타격을 가할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 등과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3.04.13

이날 본회의에선 민주당 ‘2호 직회부’ 법안인 간호법 제정안 상정도 무산됐다. 민주당이 간호법을 의사일정에 포함시키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기습 제출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늘 간호법을 표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장은 “정부와 관련 단체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므로 여야 간 추가 논의를 거쳐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김 의장이 이날 간호법을 표결에 부치지 않은 건 국회가 ‘거부권 정국’으로 공전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방통행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법안이 처리되든 안 되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말든 밀어붙이는 식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간호법 무산에 박홍근 원내대표는 “간호법은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심사해서 합의처리한 것으로, 절차적으로 내용적으로 하등 문제가 없다”며 “의장이 너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면 앞으로 국회가 가면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대치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과 TK신공항 특별법 등이 처리됐다. 노인복지법ㆍ장애인복지법 개정안도 수정 의결됐다. 다만 의료법 개정안은 민주당 내에서 추가 검토 의견이 나오면서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