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사상 가장 아슬아슬한 홈런의 주인공은?
KBO리그에서 가장 아슬아슬한 홈런을 친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추신수(41)일 듯 하다. 1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전을 본 사람이면 동의할 것이다.
추신수는 3-3으로 맞선 5회 초 선두타자로 나와 삼성 선발 원태인을 상대로 우측 파울폴 쪽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유유히 베이스를 돈 추신수는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삼성 측은 곧바로 홈런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육안으로도 구분하기 힘들었지만, 중계카메라로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폴 바깥 방향으로 휘어져나가는 바람에 판독센터에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돋보기를 카메라에 대자 진실이 나타났다. 폴 바깥쪽에 살짝 스치면서 공의 회전과 궤적이 바뀌는 게 잡혔다.
13일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추신수는 "홈런이라는 느낌이 왔다"며 빙그레 웃었다. 그는 "치고 난 뒤 시점에선 폴대를 지나고 파울 지역으로 들어간 거 같았다. 하지만 판독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카메라로 보면 파울같아 보였다. 카메라 감독님이 돋보기를 잘 써주신 덕분이다. 파울이 되어도 '아쉽다'고 끝날 정도로 너무 아슬아슬했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홈런 시계는 지난해보다 빠르게 가동됐다. 8경기에서 2개를 때려냈다. 지난해엔 4월 내내 18경기 동안 1개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장타가 늘어나면서 16개를 때리긴 했던 걸 감안하면 올 시즌은 출발이 좋다. 그러나 타율은 아니다. 12일 기준 0.185(27타수 5안타) 지난해 4월 타율(0.197)과 비슷하다.
하지만 추신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원래 슬로스타터이기도 하지만, 그에겐 출루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사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타율(에 대한 생각)을 많이 내려놓았다. 시프트가 많아지면서 1, 2루간 땅볼안타가 줄었다. 이젠 그쪽으로 치면 다 아웃"이라며 "출루율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미국에서 생겼고, 안타든 볼넷이든 나가는 게 좋다. 사실 볼넷을 고르려고 고르는 건 아니지만, 출루는 똑같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추신수의 말대로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가 대중화되면서 추신수의 가치는 높게 평가받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 wRC+(조정 득점 창출) 등의 지표에선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OPS는 리그 20위(0.843), wRC+는 17위(171.8)다. 팀 내에선 박성한, 에레디아 다음으로 높다.
김원형 SSG 감독도 "본인이야 아쉽겠지만, 극단적으로 볼넷 150개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사실 80개만 되도 만족한다. 1번 타자다 보니 타점도 중요하지만 출루율이 중요하다. 야구는 어떻게든 많이 나가야 이기는 경기이고 내 뒤 타자들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추신수는 13일 경기에서도 첫 타석 안타를 때려내며 또 한 번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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