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자기과시에 '美 탑시크릿' 털렸다…유출문서 최소 300장"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국방부의 1급 기밀 문서의 최초 유포자로 '군사 기지에서 일하는 20대 남성'이 지목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최초 유포자가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에서 닉네임 'OG'로 활동 중인 인물이라며, 그가 지난해부터 자신이 개설한 채팅방 '써그 쉐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에 최소 300장에 달하는 기밀 문서를 올렸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OG는 20대 초·중반의 총기 애호가로 군사 기밀을 다루는 보안시설에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10대 청소년 25명이 소속된 비공개 채팅방을 개설해 리더로 활동해왔다. 이 채팅방 회원의 과반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구소련 국가와 동유럽 국가 거주자였다. WP는 해당 채팅방 회원 중 청소년 2명을 인터뷰해 OG가 지난해부터 전문 군사 용어 등이 포함된 텍스트를 업로드하기 시작했단 사실을 확인했다.
WP는 이들의 증언을 육성 변조 없이 그대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이 육성 변조를 원치 않았으며, 이들의 부모로부터 녹음 동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증언에 따르면, OG는 총과 군사장비, 전술, 신(神)에 대한 채팅방을 다수 개설해 운영해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이상한 약어(略語)와 전문 군사용어가 포함된 텍스트를 직접 작성해 올렸다. 메시지 일부엔 주석을 달기도 했는데, "문건에 찍힌 'NOFORN'이란 표현은 문서에 담긴 정보가 매우 민감해서 외국인과 공유해선 안 된다는 의미"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인터뷰에 응한 회원들은 "OG가 올린 메시지에 다른 회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화를 냈다"고도 했다. 또 "OG는 자신의 메시지에 호응하지 않으면 화를 내는 엄격한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OG는 수기로 작성한 메시지 대신, 기밀 문건을 사진으로 찍어 통째로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이 사진에는 우크라이나 전황을 담은 상세한 도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프라 시설을 타격한 극비 위성사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그린 스케치, 미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을 U2 정찰기가 근접 촬영본 등이 포함됐다.
WP는 이 과정에서 유출된 기밀 문서가 당초 알려진 100여 장이 아니라, 최소 300장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취재 과정에서 OG가 회원들과 나눈 육성 녹음, 이들이 채팅방에서 대화한 채팅 기록과 사진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원들은 OG의 실명과 거주하는 주(州) 등도 알고 있지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그의 신원과 소재를 찾기 전까진 공개를 거부했다고도 보도했다.
WP와 인터뷰한 회원들은 "OG는 자신이 미국 정부에서 가장 철저하게 보호하는 정보에 손댈 수 있으며, 이를 직장에서 집으로 가져왔다며 과시했다"며 "휴대 전화와 다른 전자장비 반입이 불가능한 군사기지 보안시설에서 근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개된 문서 중 일부는 미 정보기관이 보고서와 기사를 게시하는 데 사용하는 데이터 공유시스템인 '인텔리피디아'를 통해 인쇄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문건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은 군인과 군무원 등 수천 명에 달한다고 WP가 전했다.
회원들은 "OG가 전해준 내용은 곧 언론에서 헤드라인 뉴스로 다뤄졌다"면서 주요 뉴스를 미리 알려준 OG의 능력에 감명받아 평소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회원이 많았다고도 했다. 한 회원은 "OG는 훈련 받은 사람으로 강하고 멋진 인물"이라며 "멋진 영화 속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또 "OG는 이 문건을 올릴 때 자신이 하는 행동이 뭔지 알고 있었다"면서 "우발적인 유출도, 공익을 위해 비밀을 폭로하는 '내부 고발' 목적도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OG를 통해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선 기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의 기밀문건이 온라인 채팅방에서 자기 과시용으로 소비됐단 것이다.
WP는 OG가 라이플총을 들고 인종차별적, 반(反)유대주의적 욕설을 내뱉으며 사격하는 동영상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OG가 비밀 채팅방에 업로드한 극비 문건들은 지난달 4일부터 디스코드내 다른 게시판(마인크래프트 등)으로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어 극우 성향 게시판인 포챈과 트위터·텔레그램 등 다른 소셜미디어(SNS)로도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런 상황을 포착한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6일 첫 보도했다.
WP와 인터뷰한 회원들은 NYT의 첫 보도 전날 OG와 연락이 닿았다면서 "그가 이례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OG는 채팅방을 닫고 회원들에게 "자신이 공유한 기밀 문서의 사본 등 모든 정보를 삭제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가 사라지려는 것을 알고, 회원들은 마치 가족을 잃은 듯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회원들은 OG가 결국 체포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OG가 기소돼 법적인 절차를 밟는 대신 암살되거나 관타나모 수용소 등에 수감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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