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염치도 없는 정치인...차라리 인공지능에 금배지 주자 [박용후가 소리내다]

박용후 2023. 4.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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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대화형 인공지능(AI)이 큰 화젯거리다. 서점에는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유튜브에는 챗GPT 관련 콘텐트가 넘쳐난다. 스마트폰 개발에 버금가는 혁명이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미술제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고, 의사 시험과 변호사 시험을 통과했다는 등 솔깃한 이야기들이 넘친다. 윤석열 대통령도 써보고 놀랐다는 새로운 차원의 인공지능은 세상을 단숨에 바꿔버릴 기세다.

대화형 인공지능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다. 인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질문하면 인간이 일상에서 쓰는 형태의 언어로 답을 내놓는 것은 물론 그림이나 사진도 판단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나아가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한다. 어느 미대 교수는 “이제 디자인은 하는 게 아니라 고르는 것이다”고 말한다. 분명 이전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일상 언어로 거대 AI와 대화 시대


네이버나 구글 같은 방식의 검색엔진은 키워드를 입력해 리스트 형태로 답을 받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화형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대화, 즉 인간이 일상에서 쓰는 말로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사용자 즉 인간의 의도가 정교화되고, 인공지능은 그것에 걸맞은 정보들을 맥락에 맞게 잘 조합해 답을 한다는 것이다.

툭툭 던지는 편린(片鱗)화된 단어, 그리고 그 단어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찾았던 것들을 빈도에 따라 죽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맥락까지 읽어 인간의 의도에 맞게 답을 내놓는다. 인간의 일상 언어로 거대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우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챗GPT가 3.5에서 4.0으로 판올림(update & upgrade)을 한 이후 우려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이 단기간에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추후 2021년 이후의 데이터들과 연결되어 현실감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부분은 더 커질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비이성적 정치 탓에 감정 없는 AI 정치 거론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많은 사람은 “차라리 인공지능이 정치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말까지 한다. 그간 ‘현실 정치가 보여준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것이다. TV를 통해 쏟아지는 정치 뉴스에서 희망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에 ‘국민’이라는 단어를 붙여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진저리가 날 정도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확인한 것들이 있다. 정치인들은 염치(廉恥)가 없다는 것이다. 염치라는 단어는 살필 렴(廉)에 부끄러울 치(恥) 즉 부끄러움을 살핀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이 고개를 숙이는 때는 선거철 뿐이다. 당선된 후 그들의 고개는 뻣뻣해진다.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서 미래를 찾아볼 수 있는가. 대화의 장은 사라지고 증거ㆍ근거ㆍ논거를 통한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후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특검'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해 불참했다.

올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재석 158인, 찬성 158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스1
대부분 사람은 정치인을 왜 싫어하느냐고 물으면 “인상이 마음에 안 든다” “말하는 게 얄밉다” “그냥 싫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좋고 싫음’이라는 감정과 ‘맞고 틀림’이라는 이성적 판단을 섞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호불호(好不好)의 문제는 정부정(正不正)의 문제와는 다르게 다뤄져야 정치가 바로 잡히고 사회가 상식적으로 돌아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정치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인공지능의 정치 알고리즘은 어떻게 다를까.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으면 판올림을 통해 수정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인간 정치인은 판올림은커녕 컴퓨터 용어로 말하면 버그가 있는 상태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인공지능이 정치한다면 우선 손가락질이나 고성이 오가는 감정적 언사와 행동이 없을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인간 정치인과 달리 알고리즘은 입력 값에 따라 정확한 결과를 던져주고, 또한 어떤 약속을 했는지 상기시켜줄 것이다. 또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에러로 처리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지와 양심과 전혀 다른 결정에도 자신이 가진 힘을 더하는 패거리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세상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최대한 모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에 어긋나게 선동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 정치인은 이익, 감정을 위해 사실을 짜깁기도 한다. 아주 단순한 비교만으로도 현실 정치보다 인공지능이 펼칠 정치가 더 나아 보인다. 차라리 인간 정치인의 절반 의석을 인공지능에 준다면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행위는 없어질 것이다.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의 예정인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태극기가 그려진 팻말 부착으로 파행이 계속되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회의합시다'라는 팻말을 붙이고 있다. 뉴스1

AI적 이성과 판단력에 인간적 포용 담아야


이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인공지능이 가지지 못한 능력이 있다. ‘포용’과 ‘염치를 살피는 능력’ 이다. 어쩌면 우리는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력, 그리고 사람을 아끼는 포용력과 염치를 함께 갖춘 인간다운 정치인을 기대하는 마음을 인공지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은 펼치려고 하는 정책에 대한 증거와 근거, 논거를 인공지능에 물어 허점을 줄일 수 있다. 거기에 국민을 아끼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 그리고 미래를 고려한 생각을 녹여 가장 인간적인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현실을 고려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거면 인간은 정치하지 말거나 인공지능에 맡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정치인들은 스스로 인공지능보다 무엇이 더 나은지를 물어봐야 한다.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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