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빼가기다” vs “정상적 채용이다” 조선업계 인력난 2라운드

김민상 2023. 4. 13. 18: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숙련공이 일하는 모습. 연합뉴스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 업계가 업계 1위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으로 ‘인력 유출’을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들이 지난해 8월 “인력을 부당하게 빼가고 있다”며 HD현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데 이어 2라운드 격이다. HD현대 측은 “경력직 채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등 4개 조선사가 HD현대 등을 부당 유인 행위 혐의로 제소한 데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사가 부당하게 핵심 인력을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을 거느린 중간지주회사다.


업계 “공정위 조사 속도 지지부진”


하지만 업계에선 “조사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익명을 원한 A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제소한 사건인데 지금까지 (공정위가) HD현대 현장을 한 차례 다녀간 이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현업 부서에서 면밀하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는 사이 HD현대 측의 인력 빼가기가 여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B사 관계자는 “HD현대 측이 핵심 인력에 접근해 2000만~3000만원의 사이닝 보너스(계약 상여금)와 경력직 채용 때 서류 심사 면제, 면접 가산점 부여 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C사 측도 “(HD현대가) 직원을 빼가면서 경력직 공채 지원을 유도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HD현대는 최근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분야에서 연구·설계 인력을 선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 인력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조선 빅3 기업 가운데 HD현대만 2021년 1만9341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 1만9646명으로 1.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2%, 5.4% 줄었다. 1인당 평균 급여는 HD현대가 8472만원으로, 대우조선해양(7300만원), 삼성중공업(8400만원)보다 많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선업 지수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전문가들은 공정위 조사가 끝나도 처벌 수위가 낮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공정위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업 활동을 상당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로 현저한 매출 저하 결과가 같은 있어야 부당 유인 행위로 인정이 가능하다”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매출도 상승세를 보인다면 (부당 행위) 인정도 쉽지 않고, 경고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회의실에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조선업계 인력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HD현대 측은 이에 대해 “경력직 채용은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으로 진행됐다. 사이닝보너스도 전혀 없었다”며 “부당하게 인력을 빼 온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매년 신입사원 공채 등을 통해 인력이 늘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 선가지수는 전달보다 1.87포인트 상승한 165.56을 기록했다.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렸던 2009년 2월(160.36)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신조 선가지수는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평균 지수화한 지표다. 앞으로 인력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연주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작업장 환경이나 안전성에서 다른 업종에 비해 열악한 데다 처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조선업 생산 인력 양성 규모를 연간 최소 3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경쟁사 인력 빼가기를 막을 정부 대책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