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허무한 삽질…구멍 기껏 메웠는데 다시 파야 할판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 인근의 포트홀(도로파임)을 아무도 고치지 않아 손수 메웠다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하지만 이 구멍에 대해 LA시 측이 "포트홀이 아니라 가스정비용으로 뚫어놓은 도랑"이라고 밝히면서 메워진 도랑을 다시 파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2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슈워제네거는 지난 11일 자신이 사는 LA 브렌트우드의 한 도로에 생긴 구멍을 인부 2명과 함께 아스팔트로 메우는 영상을 유튜브와 트위터 등에 올렸다.
LA가 속한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를 지냈던 그는 이 구멍을 아스팔트 도로가 내려앉아 생긴 포트홀이라고 언급하면서, 몇주 동안 수리되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슈워제네거는 영상과 함께 올린 글에서 "이 커다란 포트홀 때문에 차와 자전거가 망가져 온 동네 주민들이 불평하고 있다"며 "오늘 내가 작업자들과 함께 밖에 나가 파인 곳을 메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늘 말하지만, 불만만 토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상 속 슈워제네거는 갈색 가죽 재킷과 부츠를 착용하고 선글라스를 쓴 채 작업에 나섰다. 인부들과 함께 도로에 난 구멍에 아스팔트를 쏟아부은 뒤 납작한 삽으로 눌러 다졌다. 이후 손으로 흙을 떠 그 위에 뿌리며 마무리했다.
차를 몰고 지나가던 한 여성이 창문을 내리며 "고맙다"고 인사하자, 그는 "천만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건 말도 안된다. 3주 동안 구멍을 누가 메워주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슈워제네거의 대변인은 브렌트우드 주민들이 겨울 폭풍 때 도로 곳곳에 생긴 포트홀과 틈을 메워 달라고 관계 기관에 여러 번 요청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슈워제네거가 메운 구멍은 포트홀이 아니라 가스회사가 정비작업을 위해 뚫어놓은 도랑이었다는 게 뒤늦게 알려졌다.
LA시 대변인은 NBC에 "그곳은 포트홀이 아니라 가스 회사인 소칼가스가 5월까지 진행하는 정비작업을 위해 허가받고 뚫어놓은 도랑"이라며 "소칼가스는 작업 완료 후에 구멍을 메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슈워제네거가 터미네이터에서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문제를 만들어냈다며, 해당 가스회사는 계약을 완료하기 위해 메워진 도랑을 다시 파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슈워제네거와 소칼가스 측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 아직 답하지 않았다고 NBC는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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