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도 별로라던 이 회사의 반전…반도체 한파마저 녹인 비결

김수민 2023. 4.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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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가 살아남는 길은 끊임없는 혁신밖에 없습니다.” 황철주(64)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3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 기업 설명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주성은 지난해 매출 4379억원, 영업이익 123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최근엔 주력 상품인 원자층증착장비(ALD)의 해외 수출이 가시화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 기업설명회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주성은 ‘한국에서 만드는 나사 하나조차 반도체에 쓸 수 없다’는 혹평을 받던 지난 1993년 창업했다. 황 회장은 회의실에 ‘전쟁에 지면 노예가 되고, 경쟁에서 지면 거지가 된다’는 문구를 걸어두고 연구개발(R&D)로 승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분야에서 보유한 특허는 3045개에 이른다.

대표 제품은 원자층증착장비(ALD)다. ALD 증착은 원자 두께의 극히 얇은 막을 반도체 실리콘 원판(웨이퍼) 위에 씌우는 공정이다. 기존 화학기상증착(CVD) 기술과 비교해 아주 정교하고 미세한 공정까지 구현해내는 게 특징이다. 이 회사의 신규 ALD 장비인 ‘가이던스 시리즈’는 해외 유수의 반도체 기업과 공급 협상 중이다.

시장에서는 주성이 로직·이미지·센서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에 ALD 장비를 공급하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갖춘 것이라고 분석한다. 황 회장은 “공급처 다변화를 통해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AMAT)·램리서치, 네덜란드의 ASML 같은 글로벌 소부장 업체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주성엔지니어링 연구개발(R&D) 센터 등 벽면에 새겨진 문구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ALD 공정 등을 시찰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디스플레이와 태양광으로 사업도 차근히 진행 중이다. 반도체에서 상용화한 ALD 공법을 확대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무기물을 ALD 방식으로 증착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이 완성 단계다. 현재 12% 안팎인 태양광 발전 효율 수준을 35% 이상으로 3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신기술도 연구 중이다. 황 회장은 “향후 하늘은 나는 자동차 산업에서 먼저 주목할 것”이라며 “오로지 혁신으로 이뤄낸 성과다. 혁신을 실현하고 공유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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