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재표결 끝에 부결…간호법은 상정 보류(종합)
TK신공항 특별법·광주 군공항 특별법 통과
간호법은 추가 논의로 다음 본회의로 미뤄져
국회는 1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첫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표결해 부결시켰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 직회부한 간호법 제정안의 본회의 상장은 보류했다. 광주군공항 이전 특별법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특별법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이 직회부한 간호법은 추가 논의 등을 이유로 상정되지 않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날 무기명 투표를 통해 재석의원 290인 중 찬성 177인, 반대 112인, 무효 1인 등으로 부결됐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된다. 전체 300석 중 여당인 국민의힘(115석)이 집단 부결하면 가결이 불가능하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국민의힘 반대 속에 야당 주도로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이달 4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즉 재의 요구를 하면서 다시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날 양곡법은 여야 간 첨예한 대립 속에서 재표결이 이뤄졌다. 여야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합의하지 못하면서 당초 의사 일정에 빠졌지만, 민주당은 본회의 개의 직후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투표 안건 상정을 위한 ‘의사 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하면서 재투표를 강행했다. 이 안건은 재석 285인 중 찬성 176인, 반대 109인으로 통과시켜 재투표가 성사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양곡법은 재표결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국회로 회부된 법안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재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곡법은 국민 60%가 찬성하는 법안"이라며 "농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정쟁으로 끌어들여 시간 끌기만 한다면 입법부 본연의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명백한 책임 방기"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나서 당연히 헌법과 국회법의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 표결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미룰 이유가 뭐가 있는가"라며 "민주당도 당론으로 찬성 표결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양곡법 처리 강행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의회 정치의 기본적인 협치를 내팽개치는 그런 국회 운영이 더 이상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본회의 시작부터 여야 의원들은 양곡법 재투표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이어갔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양곡법을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하고, 한덕수 총리는 이를 시장 논리에 반하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한다"면서 "쌀값 폭락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쌀값 정상화하는 법인데 이게 어떻게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정당국이 손아귀에 쥐고 있는 쌀값에 대한 결정권을 이제 농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쌀의 민주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오늘 양곡법 재표결에 반드시 찬성해달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는 쌀에 대한 정부 매입 의무화가 시행된다면 쌀농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결국 쌀 매입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쌀 외의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생산비 증가와 가격 폭락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한우와 인삼 농가, 양봉 농가 역시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 매입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면 민주당은 인삼과 인삼관리법, 한우관리법, 양봉관리법 등도 만들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정부는 키우는 농작물 종류에 상관없이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모든 농민의 소득 증대를 위해 형평성을 갖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쌀 소비량이 점차 줄어드는 만큼 쌀농사를 타작물로 유도하는 전략 작물 직불제를 실시하고 동시에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직불제 확대를 약속했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집권 여당일 때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한 정부의 쌀 의무 매입을 야당이 되자마자 일방적으로 이렇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쌍둥이법'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본회의에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이 가결됐다.
TK신공항특별법은 대구 군 공항을 이전해 경북지역 통합신공항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해 사업 재정의 부족분을 국고로 지원하고, 신공항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은 사업시행자가 시설물을 군에 기부하는 대가로 기존 부지를 양도받아 개발해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다.
착공은 2025년으로 예정된 상황이다. 정부와 대구시는 2030년 민간·군 복합공항 형태로 TK신공항을 개항할 계획이다.
광주 군 공항 이전법은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종전부지 개발사업에 다른 법률이 규정한 인·허가를 의제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방부 장관은 필요할 경우 '국유재산법'에도 불구하고 이전주변지역 지자체에 지원사업으로 설치되는 시설 및 토지를 양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국가가 공항 이전사업을 위해 필요하다면 사업시행자에게 예산 범위에서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도록 했다. '국유재산법' 제55조 및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9조에도 불구하고 군 공항 이전사업과 지원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비가 용도 폐지된 재산의 가액을 넘길 시에는 예산 범위 안에서 해당 중앙관서의 장 요구에 의해 사업시행자에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두 특별법은 시행일이 법안 공포 4개월 이후로 정해지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기존 법안 부칙에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해졌으나,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끝에 4개월로 당기는 데 합의했다.
김 의장은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 대안을 상정하지 않고, 다음 본회의까지 미뤘다.
김 의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변경을 요청한 간호법 대안과 관련해 "여야 원내대표와 합의한 결과 정부와 관련 단체 간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간호법안 대안은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고 오늘 제출된 의사일정 변경 동의에 대해서는 표결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초 이날 본회의에는 간호법이 상정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간호법 처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추가 논의를 이유로 본회의 표결을 미뤘다.
김 의장이 의사일정 변경의 건과 관련해 여야 대표들을 불러 상의를 하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표결"을 연호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꼼수"라고 외치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앞서 김 의장은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도 여야 간 추가 논의 등을 이유로 표결을 미룬 바 있다. 당시에도 김 의장은 "이 건은 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의사일정 안건 추가에 대해 협의해왔다"며 "오늘 제출된 의사일정 변경 동의는 표결을 미루고 양곡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포함된 간호사 규정을 떼어 내 간호사 및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 업무를 명확히 하고 근무 환경, 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중 단독 개원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처리로 단독개원은 불가능하다며, 의사협회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간호법은 당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처리에 공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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