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덮친 이정근 파문…송영길, 파리서 "일탈 감시 못해 죄송"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충격에 빠졌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권의 국면전환용 수사라고 주장하면서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비공개로 진행된 당 의원총회에서 결백을 호소했다. 윤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탄압이자 국면 전환을 위한 무리한 검찰의 기획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윤 의원이) 검찰이 기획수사하는 것을 ‘무지막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며 “이 의원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인천이 지역구인 두 의원은 2021년 5월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송영길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된다.
두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 전 부총장의 수년 치 음성녹취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이 전 부총장에게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한 음성파일과 이후 윤 의원이 이 전 부총장에게 “5명이 빠졌다. 안 나와서”라고 말한 녹취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의원들에게 9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이 오고 갔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은 10억원 수수 혐의로 12일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에는 말을 아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토론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장기가 압수수색”이라고만 했다. 이날 점심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이재명 대표와 윤 의원, 이 의원을 포함한 인천 지역 여야 의원이 오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검찰 수사 관련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 안팎에선 당 전반의 사법리스크로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전 부총장 음성 녹취에서 ‘봉투 10개’가 언급된 데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액수도 9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다른 의원들로 수사 대상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검찰의 최종 수사 목표가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송 전 대표는 일부 매체를 파리에서 만나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행위를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당시 당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면서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검찰이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 자료는 방대한 데 비해, 민주당 내부 정보가 부족한 점도 대응이 어려운 이유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좀 더 시간을 두고 사실관계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도 “압수수색 당일날 녹취파일이 공개되는 등 검찰이 기획했거나 최소한도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수사를 놓고도 당과 분리대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당이 전면에 나설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이정근 게이트’로 규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돈 봉투 선거가 169석을 가진 원내 제1당의 당내 선거에서 횡행하고 있었다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쯤 되면 민주당 전대는 ‘돈당대회’, ‘쩐당대회’라고 표현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야당 탄압’이라는 말은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스스로 전당대회에 대한 모든 의혹을 소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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