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만리포 상공에 뜬 ‘하늘주유소’…KC-330 공중급유훈련 첫 공개

정우진 2023. 4. 1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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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바람이 자욱했던 12일 서해 만리포 급유공역 상공, 공중급유 임무를 앞둔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기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군은 이날 '하늘의 주유소'라 불리는 KC-330의 공중급유 훈련 현장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KC-330 조종사 엄기수 소령은 "공중급유 임무는 다른 항공기와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평소 소통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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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공군 KC-330 공중급유기가 후미로 진입한 F-15K 전투기에 급유 붐을 길게 내려 공중급유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사 바람이 자욱했던 12일 서해 만리포 급유공역 상공, 공중급유 임무를 앞둔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 기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군은 이날 ‘하늘의 주유소’라 불리는 KC-330의 공중급유 훈련 현장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공중급유 훈련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고난도 훈련이었다. KC-330은 고도 1만5000피트(약 4500m)의 3차원 공간에서 시속 290노트(시속 530여㎞)로 항속 비행하면서 급유를 받는 전투기와 15m 거리까지 근접해 직경 10㎝에 불과한 전투기 급유구에 ‘붐’(급유기)을 정확히 장착해야 했다.

KC-330 왼쪽에는 F-15K 전투기 2대, 오른쪽엔 KF-16 2대가 날개를 펼친 듯 대형을 이루며 공중급유 준비를 마쳤다. KC-330 아래 F-15K가 진입하자 KC-330 조종석 뒤편에 앉은 공중급유통제사의 손도 바삐 움직였다. 공중급유통제사는 항공기 외부 카메라와 연결된 통제석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F-15K 위치를 확인했고, 붐스틱을 미세 조종해 항공기 후미에 장착된 붐과 전투기 급유구를 연결했다.

전투기 4대가 약 40분간 차례로 공중급유를 받는 동안 KC-330 조종사는 전투기 조종사와 끊임없이 교신하며 전투기 위치를 통제하고 급유 상황을 감독했다. KC-330 기내 좌석에선 어떤 미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급유를 마친 전투기 조종사들은 KC-330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 뒤 기수를 돌려 임무 공역으로 향했다.

KC-330 조종사 엄기수 소령은 “공중급유 임무는 다른 항공기와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평소 소통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공중급유통제사 윤한규 상사는 “처음에는 사소한 실수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컸다”며 “그러나 훈련을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생겨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어버스 여객기 A330을 개조해 만든 KC-330은 현재 총 4대가 전력화돼 7400회가 넘는 공중급유 작전을 수행했다. 지난해 8월엔 호주 주관 다국적 연합공중훈련 ‘피치블랙’에 참가하며 원거리 작전수행 능력도 확인했다.

KC-330은 약 111t의 연료를 실을 수 있고, 한 번에 F-35A는 15대, F-15K와 KF-16은 각각 10대와 20대까지 급유할 수 있다.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1번 받으면 임무 시간을 1시간가량 늘릴 수 있다. 조주영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중령)은 “조종사들은 항상 연료에 대한 압박감을 갖고 있는데, 공중급유는 이러한 부담에서 벗어나 본인의 기량과 항공기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KC-330은 또 최대 300여명의 인원 또는 37t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어 공중급유 외에도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의 조력자를 국내로 이송하는 ‘미라클 작전’을 수행했고, 올해 2월엔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로 긴급구조대를 실어 날랐다.

평택=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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