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부해야 할 때는 중2 ·고3 아닌 대학교 2학년”

김남중 2023. 4. 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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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에서 학생처장, 입학처장, 교학부총장을 지낸 이승섭(61) 기계공학과 교수가 교육 비판서를 냈다.

이 교수는 지난 12일 열린 '교육이 없는 나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10여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이라며 "대학 입시만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좀 근본적인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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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지음, 세종, 256쪽, 1만8500원
이승섭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교육이 없는 나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종서적 제공


카이스트에서 학생처장, 입학처장, 교학부총장을 지낸 이승섭(61) 기계공학과 교수가 교육 비판서를 냈다. 이 교수는 지난 12일 열린 ‘교육이 없는 나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10여년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책”이라며 “대학 입시만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좀 근본적인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공부는 언제 가장 열심히 해야 하나? 이 교수는 이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또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진학 여부가 결정되는 ‘중학교 2학년’ 등이 흔하게 나오는 대답이지만 그는 ‘대학교 2학년’이라고 말한다. 전공 공부를 시작하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야말로 ‘진짜 공부’를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어린 나이에 과도하게 공부에 내몰린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재미를 느끼거나 배울 수 없고, 어려운 문제는 잘 푸는데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는 떨어져 정작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대학에 와서는 전공에 대한 흥미는 물론 학문에 대한 상상력과 열정이 떨어져 점점 낙오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 교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회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사회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시에 목매게 하는 ‘학벌사회’는 “이미 허물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이스트만 해도 석·박사 과정에서 소위 2류, 3류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요즘은 좋은 대학 안 나와도 전공 공부 열심히 하면 서울대나 카이스트에 얼마든지 진학할 수 있다. 교수 채용도 마찬가지다.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어떤 논문을 썼느냐다. 최고 대학 출신이 아니어도 카이스트 교수가 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 대학이 이렇게 실력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데, 사회나 기업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그는 “첨단을 하지 마세요”라는 말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이다, 메타버스다,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첨단을 쫓아다니다 보면 1등이 되지 못한다. 첨단 공부해서 직장 잡고 나면 시류는 또 바뀐다. 백종원씨 예를 들고 싶은데,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해서 누구보다 성공했다. 첨단 쫓아다니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책에서 ‘한국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가 높다’ ‘대학 입시가 인생을 결정한다’ ‘사교육은 필수다’ 같은 한국 교육을 둘러싼 오랜 신화들을 비판한다. 중고생들의 낮은 행복지수, 대학생들의 낮은 학구열,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 한국 학생들의 높은 중퇴율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는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는 교육이 없다고 단언한다”면서 “그 이유를 따져보면 변별력 위주의 대학 입시와 서열화된 대학 시스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학 차별화를 통한 중고등 교육과 대학 입시의 정상화를 제안한다. 현재 일렬종대로 서열화된 대학들을 ‘연구 중심 대학’ ‘교육 중심 대학’ ‘혼합형 대학’ 등으로 차별화하고 각각의 특성과 역할에 맞게 키우자는 것이다. 또 변별력만을 고려한 입시 출제 수준을 낮춰 사교육 의존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카이스트 부총장이 교육개혁론자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대학 서열 폐지론에 합세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교수는 “대학 차별화를 통해 입시는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이 되고, 대학에 와서 쌓은 실력 중심으로 평가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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