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빈방문 룰라, 화웨이부터 찾아갔다…"美 화나게 할 수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2일 밤(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 도착해 나흘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신화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공식 일정 첫날인 13일 오후 상하이에 있는 화웨이 기술혁신 센터를 방문했다.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이 룰라 대통령을 맞이해 5G 기술과 원격 의료 등의 투자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부인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도 동행했다. 룰라 대통령은 트위터에 “연구와 혁신에 대한 매우 강력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고 올렸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남미 최대 대국 브라질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미·중 경쟁 국면 속 브라질의 입장에 대한 이목이 쏠렸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화웨이를 국가 안보의 주요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이 기획한 룰라의 화웨이 방문은 미국을 화나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화웨이는 브라질에서 수년 간 사업을 벌였고 2021년 브라질 전역에 5G 기술 구현을 위한 장비 공급 입찰도 따냈다”고 소개하면서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가 브라질 등 세계 각국으로 뻗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그는 이날 오전 상하이 푸둥(浦東)에 위치한 신개발은행(NDB) 본부를 방문해 자신의 후임으로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지우마 호세프 NDB 총재 취임식에 참석했다. NDB는 브릭스(BRICS,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가 서방 주도의 금융 체제에 대항해 2015년 설립한 국제 금융기구다.
그는 NDB 방문연설에서 "저의 첫 대통령 임기(2003~2010년)때 매일 밤 '모든 국가는 왜 달러를 쓸까, 위안화나 다른 통화는 국제 결제 통화가 될 수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힘을 쏟고 있는 ‘달러 대체 위안화 결제’ 시스템에 호응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룰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중국과 브라질 사이에 위안화 결제 첫 사례가 이뤄졌다고 글로벌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최대 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이 이날 브라질 현지 지점에서 처음으로 국경간 위안화 결제를 처리했다.
룰라 대통령은 1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 정상은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인프라스트럭처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비롯해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실제로 방중단에는 정부 부처 장관·의원 외에 200여명의 기업 대표가 포함됐다. 양국은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농업·교육·보건·금융·과학기술 등 20개 이상의 양자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중국은 14년 연속 브라질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1715억 달러(약 227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 CNN은 12일(현지시간) "양국 모두 관심 있는 탄소배출권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나라가 기후위기 관련 공동 성명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해법과 관련, 윌슨센터 키신저 연구소의 이고르 패트릭 연구원은 CNN에 "중국과 브라질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며 외교적 중재를 희망하겠지만 우크라이나 문제가 양국의 공식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그는 2001년 브라질 노동자당 명예주석 신분으로 중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2004년과 2009년 두 차례 국빈 방문했다.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중했다. 친미 행보를 보였던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달리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CNN은 룰라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을 브라질로 공식 초청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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