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심의 '늑장' 재결 관행, '정순신 아들' 늑장 전학 원인 됐다
[윤근혁 기자]
▲ 2일 오후 민족사관고 모습. |
ⓒ 윤근혁 |
민족사관고가 정순신 변호사(전 검사, 국가수사본부장 낙마자) 아들을 늑장 전학 보낸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법으로 규정한 소요기간을 지키지 않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늑장 재결 행위 때문이란 지적이 오는 관련 청문회(14일)를 앞두고 새롭게 나왔다.
행정소송 선고 결과 집행까지 가로 막은 늑장 행정심판
정 변호사 부부는 지난 2018년 7월 11일 학교폭력 관련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아들을 대신해 중앙행정심판위 전학 취소를 구하는 집행정지와 재결을 청구했다. 이에 중앙행정심판위는 같은 해 7월 27일 전학 취소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여덟 차례에 이르는 정 변호사의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청구 건 가운데 유일하게 정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판단이었다.
이 판단에 따라 민사고는 정 변호사 아들에 대한 전학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가운데 행정소송 1심은 2018년 9월 3일과 4일 집행정지와 본안을 모두 기각 판결했다. 법원은 정 변호사 아들에 대한 강제 전학 처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 강원도가 2018년 9월 6일에 민사고에 보낸 ‘행정소송 판결문 송부’ 공문. |
ⓒ 강원도 |
결국 행정소송에 앞서 신속한 처분을 위해 마련된 행정심판 절차가 정순신 아들 사건의 경우엔 행정소송 판결 결과 집행을 가로막는 노릇을 한 것이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정 변호사 부부 청구 건에 대해 2018년 12월 21일에서야 '전학취소'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 결과를 내놨다. 정 변호사가 사건을 청구한 뒤 163일, 5개월 10일이 흐른 뒤에 나온 늑장 판단이었다. 민사고는 비로소 이 재결이 나온 뒤에서야 전학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중앙행정심판위의 늑장 재결 행위가 위법이란 것이다. 행정심판법 제45조(재결 기간)는 "재결은 위원회가 심판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원장이 직권으로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대 90일 이내의 재결을 의무화해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행정심판위가 정 전 검사 사건만 재결을 늦추는 등 특혜를 준 것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국회 교육위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1월 1일부터 2022년 8월 31일 사이 학교폭력 관련 행정심판 538건을 분석한 결과 재결까지 평균 소요일수는 204일에 이르렀다. 행정심판위가 법으로 규정된 90일 이내 소요일수를 지킨 것은 전체의 18.1%인 37건에 지나지 않았다.
학폭 핵심 소요일수는 평균 204일... "위법 행심 탓 늑장 전학 반복"
박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는 <오마이뉴스>에 "행정심판위가 운용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다 보니 법으로 정한 재결 소요일수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행정심판이 늦어지다 보니 정순신 아들 사건처럼 학폭 가해자 분리가 제 때에 되지 않아 오히려 피해자가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2차 피해를 당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짚었다.
최근 행정소송 3심 절차를 7개월 안에 끝내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정순신 아들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국회 교육위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오마이뉴스>에 "행정심판법은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최대 90일 안에는 재결을 끝내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도, 정순신 아들 사건의 경우처럼 이를 지키지 않은 위법 재결 때문에 늑장 전학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행정심판위는 학폭 사건의 경우 법에서 정한 재결 기간을 철저히 지켜서 학폭 피해 학생들이 더 이상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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