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밀 유출, 군시설 근무 20대가‥채팅방 동생들에 과시”
‘리더격’ 군 관계자가 유출
회원들에 정보력 과시 목적 추정
최근 온라인에 대거 유포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의 최초 유포자는 군사기지에서 일하는 20대 초·중반 남성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게임 채팅방 운영자였던 그가 10대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국가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밀문서의 최초 유포지로 지목된 디스코드 채팅방 ‘터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의 회원 2명과 인터뷰해 이 방의 리더격인 닉네임 ‘OG’가 채팅방에 기밀문서를 올렸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개설된 이 채팅방은 초대를 받아야만 참여할 수 있는 비공개 그룹으로, 10대 청소년들을 포함해 24명이 참여하는 소규모 모임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OG는 총기 애호가로 4년 전쯤부터 디스코드에 군사 및 무기와 관련한 채팅방들을 개설했다.
OG는 지난해 이 채팅방에 전문 군사용어 등이 포함된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회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기밀 문서를 구해와서는 몇시간 동안 고생했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회원들이 흥미를 보이자 그는 텍스트를 일일이 타이핑해서 올리는 수작업이 아니라 기밀문서을 통째로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가 올린 기밀문서 중에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한 자세한 도표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그린 도표, 외국과 공유하지 않는 매우 민감한 기밀이라는 뜻인 ‘NOFORN’이란 표식도 있었다.
OG는 채팅방 회원들에게 자신이 일하는 군사기지에서 문건들을 집으로 가져 왔으며, 일터에서는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의 사용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보관된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시설에서 하루 일과 중 일부를 보낸다”면서 문서 일부는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채팅방 회원은 “과시적이었지만 그는 우리에게 정보를 주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OG는 10대 청소년 회원들에게 매우 카리스마 넘치는 모임의 ‘리더’였으며, 그의 허세와 정보력에 많은 회원들이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회원들은 “OG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선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1급 기밀문서들이 이 채팅방 회원들에게 과시용 놀잇거리처럼 소비됐다는 얘기다.
WP는 인터뷰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기밀문서 사진 약 300장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유출된 문서는 100여장이었다.
WP는 인터뷰에 응한 회원들이 OG의 실명과 사는 지역을 알고 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의 신원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OG는 현재 용의자로서 FBI의 추적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국방부도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 신문은 OG가 라이플 총을 들고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욕설을 내뱉으며 사격하는 동영상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회원들은 OG가 기밀이 채팅방 밖으로 유출되면 곤란해진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의 이런 태도를 들어 OG가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내부고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동안 채팅방 안에서만 공유되던 기밀문서들은 지난 2월 28일 ‘루카(Lucca)’라는 닉네임의 10대 이용자가 107개의 문서 사진을 다른 채팅방에 퍼나르면서 외부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기밀문서들은 3월 4일 디스코드 내 온라인게임 ‘마인크래프트’ 채팅방에 업로드된 데 이어 극우성향 익명 게시판인 ‘포첸(4chan)’과 트위터·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채팅방 회원은 뉴욕타임스(NYT)가 지난주 문서 유출을 처음 보도하며 미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확산될 무렵에도 OG와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OG가 매우 혼란스러워 보였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며 “꽤 정신이 나가 있었다”고 전했다. OG는 “조용히 지내며 자신과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지우라”는 당부를 회원들에게 남기고 연락을 끊은 상태다.
WP는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 회원이 OG가 곧 체포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그가 기소돼 법적인 절차를 밟는 대신 암살되거나 관타나모 수용소 등에 수감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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