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호주의’ ‘원자재’에 무역구조 급변한다
“초크포인트 발굴·선점해야”
한국을 둘러싼 무역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역대 최대의 무역적자를 냈다. 수출입 환경은 ‘중국’ ‘보호무역주의’ ‘원자재·에너지’를 키워드로 나빠지고 있다.
13일 관세청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대 에너지(석탄‧석유‧가스)의 수입 증가액(785억 달러)은 같은 해 무역적자(477억8000만 달러)의 1.64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총수입 증가액(1163억 달러)의 67.5%에 이르는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자국 우선주의 등의 여파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입단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라는 결과를 낳았다.
3대 에너지 품목의 수입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1%로 전년(18.3%) 대비 7.8% 포인트나 높아졌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경쟁에서 절대적 열세에 처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구조적 무역역조를 극복하기 힘든 상황에서 수입단가 상승 흐름의 심화라는 난제를 떠안았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지난해 한국 경제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역시 반도체 수출 부진과 높은 에너지 가격 등으로 무역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기업들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치 이동’에 주목한다.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 중 하나였던 중국이 올해 들어 31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국에 자리한 게 ‘무역 지형 변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한국의 5대 무역흑자국과 5대 무역적자국 명단에서 손바뀜이 활발해졌다. 지난해 무역적자국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367억8000만 달러)로 2021년 3위에서 두 단계 올라섰다. 최대 무역적자국 지위를 놓치지 않았던 일본이 3위로 떨어졌다. 무역흑자국에선 3위였던 중국이 22위로 내려앉았고, 싱가포르(98억6000만 달러)가 5위권에 진입했다. 2위였던 베트남은 342억4000만 달러 흑자로 1위에 올랐다.
특히 대(對)중국 무역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1~2월 대중 무역수지는 50억7000만 달러 적자였다. 이는 연간 기준 적자를 기록한 1992년(-10억71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를 바라보는 기업들 기대감도 옅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출기업 4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리오프닝이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54.4%로 가장 많았다. 이유로 ‘대중 수출 증가 효과가 크지 않을 것’(54.7%),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이 될 것’(34.1%) 등을 지목했다.
중국 리오프닝 이후 4개월가량 흘렀지만, 기대만큼 중국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한국 기업들의 ‘낙수 효과’는 미미하다. 한·중 수출 동조화 현상이 약화하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 주장마저 나온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구리·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면서 수혜는커녕 한국 기업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크다. 이미 구리 가격은 지난해 7월 연 저점 대비 23% 상승했다. 철광석은 저점을 찍은 지난해 11월보다 50% 가까이 뛰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낙수 효과를 기대했던 기업들이 실적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중 중간재 및 최종 소비재 수출도 정치적 이슈 등과 맞물려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한·중 관계 개선’(32.0%),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 해소’(30.6%)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김 팀장은 “한국 기업의 수출이 회복하려면 단순한 제품 수요·공급 차원의 대책을 탈피하고 국가적 신뢰를 바탕으로 연대를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중 무역전략 재수립, 미국과 유럽에서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 대응이 올해 한국의 수출 성과를 좌우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 본부장은 “한국 기업이 세계 경제를 선도할 ‘초크포인트(chokepoint, 소수 국가나 기업만 가질 수 있는 핵심소재·기술)’를 발굴·선점해 재편하는 무역구조에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원 양민철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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