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ㆍ일 ‘北미사일’ 규탄에도…중ㆍ러 반대에 안보리 무력화

박현주 2023. 4. 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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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3일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한ㆍ미ㆍ일이 한 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다. 3국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듭 위반했다"며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제어할 안보리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의 실효성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날 외교부는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3자 유선 협의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다수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강력히 규탄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지난해부터 전례 없는 도발과 위협적인 언사를 이어가며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을 지속 위협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3국 수석대표는 또 "북한의 도발은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시킬 뿐"이라며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3국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압도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3국의 대표들은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ㆍ미ㆍ일 안보회의(DTT)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오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도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각한 도발"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역시 12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뻔뻔한(brazen) 위반"이라고 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의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유엔 결의 위반"을 지적하는 한ㆍ미ㆍ일 3국의 노력과 달리, 정작 안보리가 북한의 중대 도발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사건건 북한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중ㆍ러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활용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대북 제재를 안보리 사상 최초로 부결시켰다. 북한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번번이 중·러의 반대에 가로막히면서, 공동성명 등의 제재보다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안보리 차원의 공동 조치 역시 2017년을 마지막으로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5년여만에 안보리 의장 성명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중ㆍ러의 벽에 막혀 무산됐다. 북한이 도발이 가속화되면서 지난달 말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취지의 의장성명 채택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날 북한이 처음으로 '고체 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중·러 역시 마냥 북한의 편에 서기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보리 의장성명은 철회되거나 중단되지 않고, 계속 안보리 이사국 간에 최근 북한의 도발 상황을 포함해 논의되고 있다"며 안보리 차원의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도 없고 경제 제재를 통해 비핵화를 유도하기도 쉽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군사적 측면에서 한국군의 비핵 억제 역량과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게 북핵 위협에 맞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책이 됐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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