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위성발사' 실패일에 로켓 쐈다...김정은 '13일의 도발'
지난 7일부터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통한 통신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13일 오전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올해 들어 세 번째다.
특히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처음으로 '고체 연료' 방식의 로켓 엔진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도발을 위한 신기술을 대외적으로 공표했다는 의미다. 당초 외교가에선 북한이 최대 정치 기념일로 여기는 김일성 생일(15일·태양절)을 기점으로 정찰위성 발사 등의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한이 그 시점을 이틀 이상 앞당겼다.
그런데 외교가의 예상을 깬 '13일의 도발'에는 김정은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로부터 정확히 11년 전인 2012년 4월 13일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던 '광명성-3호' 1호기를 '은하 3호' 로켓에 탑재해 발사했다. 집권 첫해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위성 발사의 성공을 자신하며 외신 기자들까지 초청해 발사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 발사됐던 로켓은 궤도진입에 실패했고, 북한은 발사 4시간만에 이 사실을 인정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 김일성의 생일이 아닌 이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11년 전 광명성 3호 발사 실패로 자존심을 구겼던 김정은이 국제 사회가 우려하는 새로운 기술인 고체연료 엔진 방식의 로켓 발사 성공을 통해 11년 전 입었던 정치적인 타격을 상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그런 내용들도 포함될 수 있겠다"며 "북한이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탄도미사일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4월 13일은 또다른 정치적 의미도 지닌 날이다.
11년 전 이날 김정은은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면서 당·정·군을 모두 공식적으로 장악했다. 이날 고체연료 로켓 발사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식적으로 장악한 11주년 기념일을 김일성 생일 111주년(15일)과 북한군의 시원으로 삼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25일) 기념일로 이어지는 향후 연쇄 정치 행사와 그에 따른 대외적 도발 일정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북한은 이미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날(12일)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한을 '세계적인 우주강국'으로 건설하려는 것은 노동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100% 국산화된 시험위성과 실용위성을 성공적으로 우주궤도에 진입시킴으로써 우주 정복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예고한 위성발사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경우에 따라 지금까지 수직에 가까운 고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해왔던 북한이 실전처럼 정상각으로 이를 쏘아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위성발사 등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는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한의 실제 인공위성 관련 기술은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최근 '국가안보전략' 안보현안 분석에서 "북한이 지난해 12월 수행한 정찰위성의 시험항목 및 방법, 촬영 영상을 기준으로 보면, 2012년과 2016년에 발사한 광명성 3·4호에 비해서도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엔 제재로 인해 위성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해외구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구성품을 독자개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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