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시스템 또 동반 하락…그래도 수출 '희망' 남겼다
지난달에도 반도체 산업의 양축인 메모리·시스템 부문 수출이 동반 감소했다. 혹독한 시기를 보내는 반도체의 반등은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수출 감소세 둔화나 금액 확대 등 작은 희망도 보였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ICT(정보통신기술) 수출액은 15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줄었다. 약 14년 만의 최대 감소 폭으로, 9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전화 등의 수출이 전반적으로 내리막을 탔다.
특히 '1위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액은 87억3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3.9% 줄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주력 분야인 메모리(-44.3%)가 9개월 연속 줄어든 한편, 시스템(-18.4%)도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 메모리·시스템 모두 수출 한파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중국·베트남·미국 등 주요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약화, 메모리 단가 하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8기가 D램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해 1~4월 3.41달러에서 올 1~3월 1.81달러로 반 토막 났다.
1분기 내내 반도체 한파가 몰아쳤지만 개선될 여지도 남겼다. 3월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은 1월(-43.5%), 2월(-41.5%)보다 크게 줄었다. 연초를 기점으로 감소세가 둔화하는 것이다. 월간 수출액도 61억 달러 안팎에 그친 1~2월보다 20억 달러 이상 늘었다. 지난해 11월(86억4000만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주요 수출 거점인 베트남으로의 시스템반도체 수출이 1년 전보다 20.4% 증가한 것도 긍정적 신호다.
이달 들어 반도체 업계 발(發) 호재도 나오고 있다. 7일 삼성전자의 메모리 감산 선언으로 재고 감소·업황 개선 등의 기대감이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일 기준 'DDR4 16기가 2666' D램의 현물 가격은 3.235달러로 전일 대비 0.78% 상승했다. 고정거래 가격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현물 가격에선 지난해 3월 이후 1년여 만에 나타난 오름세다. 김영건 미래애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가동률 축소로 메모리 현물 가격이 먼저 반등하기 시작해 고정거래 가격 안정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안에 '상저하고' 식의 극적인 회복을 보이긴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이 계속 부진한 데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자체가 살아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메모리 수요가 변하지 않는데 공급을 조금 줄인다고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메모리·시스템 모두 연내 업황이 회복한다고 단언할 수 없고, 내년 이후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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