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장벽 넘은 문동주, 한국 야구가 기다린 '진짜 파이어볼러'

배영은 2023. 4. 1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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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에 '시속 160㎞ 시대'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2년 차 투수 문동주(20)가 그 문을 열어젖힌 주인공이다.

국내 투수로는 최초로 시속 160㎞가 넘는 공을 던진 한화 문동주. 뉴스1


문동주는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원정경기에서 1회 말 1사 후 박찬호를 상대로 3구째 시속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다. 이 공은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운영하는 피치 트래킹 시스템(PTS)에 시속 160.1㎞로 측정됐다.

PTS가 공식 도입된 2011년 이래 국내 투수가 시속 160㎞를 넘긴 건 문동주가 처음이다.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하면 레다메스 리즈(전 LG 트윈스·2011~2013년)와 파비요 카스티요(전 한화·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시속 160㎞는 투수들에게 '꿈의 구속'으로 통한다. 특히 한 경기에 100구 안팎의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에게는 더 어려운 고지다. 10년 넘게 국내 투수 최고 구속 기록을 보유했던 최대성(시속 158.7㎞)을 포함해 역대 순위 상위권을 대부분 불펜투수가 점령하고 있다. 군복무 중인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시속 157.19㎞·6위)와 LG 트윈스 소방수 고우석(시속 156.54㎞·7위)도 마찬가지다.

선발로 최고 시속 155㎞을 넘긴 투수는 문동주 외에 안우진(키움·158.4㎞)과 김광현(SSG 랜더스·시속 156.1㎞)이 전부다. 김광현은 2014년의 기록이지만, 문동주와 안우진(2022년 9월)은 구속이 점점 상승하는 추세다. 둘 다 앞으로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국내 투수로는 최초로 시속 160㎞가 넘는 공을 던진 한화 문동주. 뉴스1


한국 야구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시속 150㎞대 강속구로 무장한 일본 투수들과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문동주는 그 아쉬움을 씻어낼 선봉장으로 꼽힌다. 그는 "시속 160㎞는 그동안 몸을 잘 만들었고, 현재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록이라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도 구속을 너무 의식하며 던지진 않겠다. 중요한 건 효과적인 투구를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은 문동주의 새 기록으로 떠들썩하지만, 메이저리그(MLB)는 이미 '광속구'의 기준인 100마일(시속 161㎞)을 넘긴 투수가 숱하게 나왔다. 49년 전인 1974년 놀란 라이언이 처음으로 시속 100.9마일(162.4㎞)짜리 공을 던져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괴물'이라는 별명의 원조인 랜디 존슨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시속 102마일(164㎞)의 광속구를 던지는 선발투수로 신기원을 열었다.

'광속구 투수'의 대명사인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 AP=연합뉴스


2010년에는 마침내 시속 170㎞의 공을 뿌리는 투수도 등장했다. '파이어볼러'의 대명사인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다. 그는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던 2010년 전광판에 시속 106마일(171㎞)을 찍어 화제를 모았다. MLB 공식 구속 측정 시스템에도 105마일(169㎞)이 찍혔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2014시즌엔 직구 평균 시속 100.3마일(161㎞)을 기록해 '최고'가 아닌 '평균' 구속으로 100마일을 넘긴 역대 최초의 투수로 기록됐다.

채프먼은 전성기가 지난 올 시즌에도 여전히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고 있다. 지난 5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시속 103.5마일(166.6㎞)을 찍었다. 올 시즌 MLB 전체 투수 중 두 번째로 빠른 공이다. 채프먼보다 더 빠른 구속을 올린 현역 최고 강속구 투수는 조던 힉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힉스는 정규시즌 개막전인 지난달 31일, 올 시즌 최고 구속인 시속 103.8마일(167㎞)의 강속구를 뿌렸다. 올 시즌 유일하게 직구 평균 구속 100마일을 넘기고 있다.

MLB 역사상 가장 공이 빠른 선발투수로 꼽히는 텍사스 레인저스 제이컵 디그롬. AP=연합뉴스


제이컵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은 MLB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로 꼽힌다. 선발투수 최초로 2021시즌 직구 평균 구속 100마일을 기록했고, 그해 6월 6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는 한 경기에 100마일이 넘는 공 33개를 뿌려 경탄을 자아냈다.

디그롬은 올 시즌에도 선발투수 직구 평균 구속 1위(98.8마일·159㎞)에 올라 있다. '공만 빠른' 일부 젊은 파이어볼러들과 달리, 사이영상 2회 수상자인 디그롬은 제구와 경기 운영도 빅리그 톱클래스로 꼽혀 더 위압적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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