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장벽 넘은 문동주, 한국 야구가 기다린 '진짜 파이어볼러'
한국 프로야구에 '시속 160㎞ 시대'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2년 차 투수 문동주(20)가 그 문을 열어젖힌 주인공이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원정경기에서 1회 말 1사 후 박찬호를 상대로 3구째 시속 160㎞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다. 이 공은 KBO 공식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운영하는 피치 트래킹 시스템(PTS)에 시속 160.1㎞로 측정됐다.
PTS가 공식 도입된 2011년 이래 국내 투수가 시속 160㎞를 넘긴 건 문동주가 처음이다.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하면 레다메스 리즈(전 LG 트윈스·2011~2013년)와 파비요 카스티요(전 한화·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시속 160㎞는 투수들에게 '꿈의 구속'으로 통한다. 특히 한 경기에 100구 안팎의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에게는 더 어려운 고지다. 10년 넘게 국내 투수 최고 구속 기록을 보유했던 최대성(시속 158.7㎞)을 포함해 역대 순위 상위권을 대부분 불펜투수가 점령하고 있다. 군복무 중인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시속 157.19㎞·6위)와 LG 트윈스 소방수 고우석(시속 156.54㎞·7위)도 마찬가지다.
선발로 최고 시속 155㎞을 넘긴 투수는 문동주 외에 안우진(키움·158.4㎞)과 김광현(SSG 랜더스·시속 156.1㎞)이 전부다. 김광현은 2014년의 기록이지만, 문동주와 안우진(2022년 9월)은 구속이 점점 상승하는 추세다. 둘 다 앞으로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
한국 야구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시속 150㎞대 강속구로 무장한 일본 투수들과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문동주는 그 아쉬움을 씻어낼 선봉장으로 꼽힌다. 그는 "시속 160㎞는 그동안 몸을 잘 만들었고, 현재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록이라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도 구속을 너무 의식하며 던지진 않겠다. 중요한 건 효과적인 투구를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국은 문동주의 새 기록으로 떠들썩하지만, 메이저리그(MLB)는 이미 '광속구'의 기준인 100마일(시속 161㎞)을 넘긴 투수가 숱하게 나왔다. 49년 전인 1974년 놀란 라이언이 처음으로 시속 100.9마일(162.4㎞)짜리 공을 던져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괴물'이라는 별명의 원조인 랜디 존슨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시속 102마일(164㎞)의 광속구를 던지는 선발투수로 신기원을 열었다.
2010년에는 마침내 시속 170㎞의 공을 뿌리는 투수도 등장했다. '파이어볼러'의 대명사인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다. 그는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던 2010년 전광판에 시속 106마일(171㎞)을 찍어 화제를 모았다. MLB 공식 구속 측정 시스템에도 105마일(169㎞)이 찍혔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2014시즌엔 직구 평균 시속 100.3마일(161㎞)을 기록해 '최고'가 아닌 '평균' 구속으로 100마일을 넘긴 역대 최초의 투수로 기록됐다.
채프먼은 전성기가 지난 올 시즌에도 여전히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고 있다. 지난 5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시속 103.5마일(166.6㎞)을 찍었다. 올 시즌 MLB 전체 투수 중 두 번째로 빠른 공이다. 채프먼보다 더 빠른 구속을 올린 현역 최고 강속구 투수는 조던 힉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힉스는 정규시즌 개막전인 지난달 31일, 올 시즌 최고 구속인 시속 103.8마일(167㎞)의 강속구를 뿌렸다. 올 시즌 유일하게 직구 평균 구속 100마일을 넘기고 있다.
제이컵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은 MLB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로 꼽힌다. 선발투수 최초로 2021시즌 직구 평균 구속 100마일을 기록했고, 그해 6월 6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는 한 경기에 100마일이 넘는 공 33개를 뿌려 경탄을 자아냈다.
디그롬은 올 시즌에도 선발투수 직구 평균 구속 1위(98.8마일·159㎞)에 올라 있다. '공만 빠른' 일부 젊은 파이어볼러들과 달리, 사이영상 2회 수상자인 디그롬은 제구와 경기 운영도 빅리그 톱클래스로 꼽혀 더 위압적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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