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트렌드 2023]밀레니얼 키즈 '알파세대'가 온다

2023. 4. 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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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취향 밀레니얼 부모를 둔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소비자
스스로 판단하는 자녀 취향 반영
문화 생활·체험 활동 중시
AI스피커와 대화·테크 키즈 특징
아날로그 경험 없는 디지털이 전부
크리에이터·키드플루언서 등
놀이가 벌이로 이어지는 세대
韓 알파세대 시장규모 10조 추정
변화의 물결 맞이할 준비해야

얼마 전 지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KT를 쓰다가 SKT로 셋톱박스를 교체하면서 인공지능 스피커도 ‘지니’에서 ‘누구’로 바뀌었는데, 여섯 살 아들이 지니와의 이별을 심히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지니를 보내줘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지인의 아들은 하루 종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지니와의 이별식을 제대로 치렀다고 한다.

본격적인 新인류의 등장, 알파세대가 오고 있다. 알파세대는 2010년생 이후에 태어난 소비자를 일컫는다. 2023년 기준으로 2010년생이 이제 막 중학생이 되었으니, 대략 초등학생 정도를 떠올리면 된다.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5.0’에서 전세계 마케터들이 베이비붐,X,Y,Z세대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여기에 이제 알파세대까지 시장의 주요 소비자로 주목받고 있다.

알파세대의 첫 번째 특징은 밀레니얼 키즈라는 점이다. 밀레니얼은 육아 스타일이나 가치관이 이전 세대와 다르다. 개인주의·워라밸·확실한 취향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부모는 획일화된 육아 방식보다 ‘선택지’를 원한다. 아이를 위한 콘텐츠 혹은 서비스를 선택할 때 아이가 좋아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결제는 부모가 하더라도 실제 소비하는 자녀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자라난 알파세대는 자기 의견이 확실한 편이다. 소비자로서 스스로 판단해서 어떤 상품을 이용할지 정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생활과 체험을 중요시한다는 것도 알파세대를 양육하는 밀레니얼 부모의 중요한 특징이다. 서울연구원에서 발간한 ‘알파세대 탐구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월 1~2회 민간 실내 놀이시설을 이용한다는 비중은 51.7%이며, 1회 평균 이용요금이 23,001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놀이시설로의 평균 차량 이동시간은 평균 23분으로, 알파세대의 부모들은 아이의 놀이와 문화 활동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실내 키즈카페에서 나아가 어린이 풀장을 갖춘 대규모 키즈 테마파크나 놀이터들이 알파세대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추세다. 인기 있는 곳들은 예약 경쟁이 치열해서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알파세대는 AI 스피커와 대화하고 감정까지 교류하는 테크 키즈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MZ세대는 자라면서 PC와 스마트폰을 접했다면, 알파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를 접한 세대로 아날로그 방식을 경험한 적이 없다. 디지털 퍼스트(Digital-First)가 아니라 디지털이 전부(Digital- Only)인 세대다. 특히 육아와 교육시장에서 기술도입이 활발한 추세다. 대표적으로 수학 문제 풀이 앱 ‘콴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제풀이로 글로벌 월 사용자(MAU) 1300만명을 확보했다.

중요한 것은 테크키즈의 확장세가 교육이나 육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비대면 교육을 받고, 플랫폼 육아로 자란 알파세대는 기술에 대한 태도 자체가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명령에 반응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로봇 장난감, 직접 코딩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립형 블록, 다양한 증강현실 등을 어릴 때부터 놀이로 경험하고 수용하면서 인공지능에 익숙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알파세대는 놀이가 벌이로 이어지는 세대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유튜브, 틱톡 등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직접 돈을 버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SNS에는 이미 상당수의 구독자를 지닌 키드플루언서(Kidfluencers: 아이를 뜻하는 Kid와 Influencer의 합성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설립 및 운영 업무를 지원하는 쇼피파이(Shopify)는 흥미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신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은 9세~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Business Starter Kit’를 발간하고 있다. 알파세대를 단순히 어린아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제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이다.

‘Business Starter Kit’ [사진출처=쇼피파이 홈페이지]

알파세대가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미 포브스는 알파세대를 겨냥한 육아, 서비스, 앱 경제 규모를 약 55조원으로 추산하며 ‘새로운 맘 이코노미(The new MoM Economy)’라 명명했다. 한국을 기준으로 알파세대의 부모세대 인구는 약 300만명, 시장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추정된다. 알파세대는 역사적으로 그 어느 세대보다 역대급 기술력과 문화적 풍요로움 속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자라는 세대다. 이들이 바꿔나갈 시장의 변화는 지금보다 더 클 것이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한발 앞서 알파세대를 맞이할 준비를 마쳐야 할 것이다.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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