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치안정감' 출신 윤재옥, 9단계 낮은 '윤순경' 자처한 이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 “앞으로 윤 순경으로 역할하겠다”고 말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가 13일 전했다. 지난 7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윤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이 첫 주재한 원내대책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참석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13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경찰 고위직 출신인 윤 원내대표가 이런 포부를 내놓아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경찰대 1기생으로 ‘수석 입학-수석 졸업’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윤 원내대표는 2010년 9월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퇴직한 뒤 2012년 4월 총선에서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경찰의 총수인 경찰청장(치안총감)보다 한 단계 낮은 치안정감(1급)이 마지막 계급이었던 윤 원내대표가 치안정감에 비해 9단계 낮은 순경(9급)을 자처하자 당내에선 “낮은 자세로 의원단을 섬기고, 상임위 정책 제반을 꼼꼼히 챙기겠다는 취지였을 것”(지도부 소속 초선)이란 해석이 나왔다. 경찰대를 나온 윤 원내대표는 졸업 뒤 순경보다 3단계 높은 경위 계급장을 곧바로 달았다. 순경은 11개로 나눠진 경찰 계급 중 최말단직으로 지구대 등에서 치안 실무를 담당한다.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민생 현장을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실제 윤 원내대표 특유의 꼼꼼한 성품은 원내 사령탑으로 뽑힌 원동력으로 꼽힌다. 영남권 한 의원은 “꼼꼼함으로 따지면 윤 원내대표가 김기현 대표보다 한 수 위”라며 “지도부 내 설화로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탄 상황에서 신중한 성품을 갖춘 윤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선거에서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원내대표의 ‘윤 순경’ 일성을 두고 당내에선 “기강 잡기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순경은 결국 치안 담당 아니냐”며 “여당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바닥부터 살피겠다는 말로 들렸다”고 했다. 실제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윤 원내대표의 눈치를 보느라 이날까지 나흘간 진행된 선거 제도 개편 전원위원회에 열심히 출석했다고 한다.
윤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도 당내 설화 논란을 거론하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할 때 개인의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당에 도움이 되는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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