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맹이면 속국 되어야 하나"…마크롱 '대만 거리두기' 고수
이른바 ‘대만 거리두기’ 발언으로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대만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동맹이 곧 속국이 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서 미국을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과 미국 간 협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는 듯한 ‘전략적 자율성’ 개념을 고수한 것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암스테르담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만에 대한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입장은 동일하다”며 “우리는 (대만의) 현 상태를 지지하며, 이 정책은 지속적이고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정책은 하나의 중국 정책, 평화적인 해결 모색”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을 겨냥해 “동맹이 된다는 것은 속국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동맹이 된다고 해서 프랑스 스스로 생각할 권리가 없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도 추종해선 안 된다는 ‘전략적 자율성’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 논란은 지난 5~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2번이나 만나며 중국의 환대를 받았다. 중국은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와 프랑스 컨테이너선 16척을 구입하는 계약을 승인하며 마크롱 대통령을 우대했다. 이에 화답하듯 마크롱 대통령은 6일 “특정 국가를 국제 공급망에서 단절시키면 안 된다” “중국으로부터 우리(서방)를 분리해선 안 된다”와 같은 시 주석이 듣기 좋은 발언을 내놨다.
마크롱 “전략적 자율성” 발언에 “외교 참사” 비판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유럽 정치권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과 미국의 동맹 관계를 깨뜨리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기민당 의원은 “마크롱의 방중은 유럽에는 ‘외교적 참사’”라며 “그는 유럽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일부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 극동의 일부 세력과 협력하는 꿈을 꾼다”고 지적했다. EU 역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EU의 공식 의견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시진핑 엉덩이에 키스한 꼴”
미국에선 공화당을 중심으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마크롱의 입장이 유럽을 대변한다면 우리는 중국 위협과 대만 문제에 집중하고 우크라이나 문제는 유럽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의 친구인 마크롱은 그(시진핑)의 엉덩이에 키스하는 것으로 중국 방문을 끝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감싼 중국
반면 중국은 마크롱 대통령을 두둔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마크롱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미국을 겨냥해 “일부 국가는 다른 국가가 독립하고 자립하는 것을 원치 않고 자신들의 의지대로 복종하도록 강압하려 한다”며 “전략적 자율성으론 더 많은 친구와 존경을 얻고, 강압으론 저항과 반대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3일 중국시보 등 대만언론은 “프랑스 해군 플로레알급 호위함 프레리알호(F731)가 지난 9일 대만해협 중간선 서쪽 해역의 남쪽에서 북쪽으로 지나갔다”며 “중국의 사전 동의로 중국 군함의 감시·추적 항행도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외교관은 프레리알호의 대만 해협 통과 전날인 7일 마크롱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프랑스 해군이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와 소통·연락을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이는 "군사적 상호 교류의 매우 명확한 신호"라고 풀이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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