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투구 내용 불만족"...기록 세운 문동주는 오히려 자책했다

안희수 2023. 4. 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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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한화 이글스 2년 차 우완 투수 문동주(20)였다. 그는 역대 국내 투수 최고 구속(160.1㎞/h)을 경신하며 야구팬을 흥분시켰다. 

문동주는 지난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 6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다. 데뷔 뒤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기록했고,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까지 해냈다. 

무엇보다 역대 국내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1회 말 KIA 2번 타자 박찬호와의 승부에서 3구째 구사한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시속 160.1㎞/h를 찍은 것이다.

빠른 공 위력만 돋보인 게 아니다. 폭포수같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떨어져 타자의 히팅 포인트를 흔드는 체인지업의 움직임도 일품이었다. KIA 타자 류지혁은 5회 초 문동주와의 승부에서 스트라이크존(S존)으로 들어간 3구째 몸쪽 체인지업에 타석을 벗어나며 피하려 했다. 바깥쪽(좌타자 기준)으로 꺾이는 각도가 타자가 파악한 것보다 컸다는 의미였다. 

문동주는 이날 팀이 0-2로 패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6일 삼성 라이온즈전 등판에 이어 2경기 연속 5이닝 이상 막으며 안정감 있는 모습을 이어갔다. 경기 전 김종국 KIA 감독은 "문동주의 구위는 (지난 시즌 탈삼진 1위에 오른) 안우진에 버금간다. 우리 타자들이 외국인 투수를 상대하는 것처럼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동주는 신인이었던 지난 시즌보다 한층 좋아진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정작 문동주는 12일 KIA전 투구에 만족하지 않았다. 경기 뒤 만난 그는 "솔직히 첫 QS를 했다고 의미를 부여할 정도는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좋은 기록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내용이 좋지 않았다.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더 적은 투구 수로 더 많은 이닝을 막아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저 6이닝을 채운 게 좋았던 점"이라고 답했다. 문동주는 이날 공 93개로 6이닝을 소화했다.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을 경신한 것도 담담하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었고, 현재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록(160.1㎞/h)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자부심을 갖고,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도 구속을 의식하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효과적인 투구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프링캠프부터 문동주를 주시한 양상문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신인 시절 이후 이토록 예쁘고 유연한 투구 폼을 가진 1~2년 차 젊은 투수를 보지 못한 것 같다. 150㎞/h 중반 이상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 중에선 어깨나 팔에 무리가 가는 폼이라는 느낌을 받는 투수가 많다. 문동주는 간결하면서 공을 놓은 순간까지의 연결 동작이 너무 좋다. 계속 성장할 선수"라고 극찬했다. 

문동주는 역대급 잠재력에 좋은 기록에도 자신의 투구에 만족하지 않는 자세를 갖췄다. 올 시즌 야구팬은 문동주의 성장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광주=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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