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대의 은퇴일기㉓] 심장이 왜 아프지?
왼쪽 가슴에 여러 개의 침으로 찌르고 지그시 누르는 것 같은 기분 나쁜 통증이 있었다. 주기적으로 증상이 나타나 심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어 병원에 들렀다. 심장과 경동맥 초음파 같은 검사를 하는 동안 온갖 생각으로 불안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큰 병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건강검진을 받아도 대장용종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었는데 갑자기 이상이 생겼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좋지 않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잠자다가 갑자기 심장이 멈추면 어떡하나’. ‘아직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끝이 없는 데 마음속에는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다니는 종합병원장 출신의 심장전문의가 개원한 내과에 들렀다. 혈압을 측정했더니 평소보다 훨씬 높아 다시 측정해도 마찬가지다. 병원에 오면 불안해지는 하얀 가운 증후군인가?. 원장을 만나 증상을 이야기했더니 일단 정밀검사를 해 보자며 날짜를 잡아 준다. 심장과 경동맥 초음파 검사와 운동부하검사를 해야 하니 운동화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검사를 해 보자는 것으로 보아 의심되는 질환이 있는 게 아닌가 하여 초조해진다. ‘이제까지 별일 없이 잘 지내왔는데 특별한 것은 없겠지?’ 라며 자위를 해 보지만 온갖 상념들이 스쳐 간다.
예약한 날 아내도 같이 가겠다며 따라나선다. 대기실에는 환자가 많아 북적거린다. 원장 선생님은 유명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두르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주어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 같다.
검사복으로 갈아입고 초음파 검사실로 들어갔다. 검사하는 선생님 쪽으로 등을 돌려 누워 호흡을 들이쉰 후 잠깐 멈추고 검사를 한 다음 또 호흡을 내쉰 후 검사를 하였다. 모니터를 보며 심장 부위를 세밀하게 검사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크기를 재어가며 사진을 찍는다. 지그시 누르며 수십 번을 반복하면서 검사를 했더니 가슴이 뻐근하기도 하다. 혈관의 크기를 재는 것으로 보아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하여 불안해진다. 또 어떨 때는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한다.
심장 초음파를 마친 후 목 부위 좌우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할 때는 굵은 혈관을 통해 붉은 피가 힘차게 올라가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피가 흐르는 소리까지 들려 신기했다. 평소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이 가슴이나 등에 청진기를 대고 진찰할 때 심장이나 장기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원리인 모양이다.
검사 담당 선생님이 초음파 검사를 마친 후 원장님을 불러 모니터를 보며 설명을 하는데 의학용어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지만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긴장이 된다. 40분 정도 걸려 심장과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마무리했다.
심장이 펌프질하는 소리를 듣고 피가 흐르는 것을 직접 보자 혈관에 찌꺼기가 생겨 좁아지면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평소 삼겹살과 같은 기름기 있는 돼지고기를 좋아했는데 식생활을 개선하여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운동부하심전도 검사를 하기 위해 운동화로 갈아신고 수십 개의 줄에 이어진 전극을 가슴 주위에 붙였다.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걸으면 심장의 움직임이 모니터에 그래프로 그려진다. 간호사는 검사하는 중에 심장에 어떤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이야기하라면서 도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서류에 사인하라고 하자 큰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러닝머신에 올라 혈압을 측정한 뒤 천천히 걷다가 차츰 시간이 지나자 속도와 경사를 조금씩 높여가며 걷는다. 러닝머신의 경사와 속도를 높였을 때 심장 부하 정도를 확인하는 모양이다.
간호사는 걷는 도중에도 문제가 없는지 계속 물어본다. 문제없다고 하자 잘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마음이 불안해서 그런지 조그마한 칭찬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평소에 러닝머신에서 빨리 걷기를 해 온 터라 이 정도 걷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가슴에 줄을 주렁주렁 달고 20분 정도 걷자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운동부하검사를 하는 도중에 원장 선생님이 들어와서 모니터를 보며 검사하는 간호사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검사를 마친 후 원장실에 들어가자 심장 모형을 보여주며 피의 흐름 방향과 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심장 박동이 힘차고 혈관도 대체로 깨끗하다고 한다. 일부에 찌꺼기가 낀 부분이 있어 고지혈증 증상이 있다면 약 먹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좀 더 지켜보잖다.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순간적인 통증은 심장과 관련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심장 부분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별일 없다고 하자 가슴속에 들어있던 커다란 응어리가 사르르 녹는 것 같다. 정밀검사를 해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편한 곳이 있으면 참거나 걱정할 것이 아니라 병원에 들러 검사하고 치료받는 것이 최선이다. 이제 심장 걱정은 접어 두고 더욱 활기차게 하고 싶은 것 하며 지내야겠다.
나이가 들어 건강염려증이 생겼는지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다. 한시도 쉬지 않고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의 중요성에 대해 그동안 전혀 인식하지 않고 지냈는데 오늘 새삼 노고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100세 인생이라고 말들 하지만 심장이 잠시라도 멈추거나 스스로 걷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평소 하고 있던 만 보 걷기를 게으름 피우지 말고 꾸준히 해야겠다.
조남대 작가 ndcho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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