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못 쳐도 돈은 내라” 골프장 불공정 약관 시정
“입장을 마친 팀 전원이 폭우, 안개 기타 천재지변 등으로 경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경우 2홀 이상 9홀 이하 플레이는 정상요금의 50%를, 10홀 이상은 100%를 부담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3개 골프장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불공정약관을 적발하고 시정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전국 50곳에 달한다. 공정위는 매출액이 큰 골프장을 지역에 따라 선정해 약관 공정성을 조사했다. 대표적인 불공정약관이 환불 조항이다. 33곳 중 22곳이 눈이나 비 등 불가피한 기상 상황으로 중도에 골프를 못 치게 되더라도 과도한 요금을 부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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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중단 시 1홀 단위 정산
예컨대 10홀이 넘은 상황에서 폭우가 내릴 경우 요금 100%를 내게끔 하거나, 3개 홀 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이용자는 1~3홀 진행 중에 중단되면 3홀까지의 요금을, 4~6홀은 6홀에 해당하는 요금을 내야 했다. 공정위는 악천후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골프장 이용이 중단될 경우 이용을 마친 홀을 기준으로 1홀 단위 요금 정산이 가능하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골프장 측이 안전사고나 귀중품 분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약관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33개 조사 대상 중 26곳이 이용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불공정 약관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존 약관에 따르면 안전사고 발생 시 사유를 따지지 않고 책임을 이용자에게 묻는다. 휴대품 분실이나 훼손 사고에 대해서도 골프장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정위는 이들 골프장이 귀책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하도록 했다.
회원 자격을 제한하는 골프장은 ‘회생 또는 파산절차에 있지 않은 자’와 같이 구체적인 자격 제한기준을 약관에 기재하도록 했다. 김동명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조사 대상 골프장은 지적 이후 자진 시정했거나 조만간 개정하기로 했다”며 “(조사 대상이 아니었던 골프장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약관심사 청구에 따라 사건으로 처리하거나 소비자원이 분쟁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솟은 그린피…골프장 영업이익률 40%
공정위가 지난해 말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개정한 데 이어 직권조사까지 한 건 코로나19 확신 이후 그린피가 급격히 오르는 등 골프장이 이용자 대상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골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해외 골프장 이용이 제한되면서 국내 골프 수요가 폭증했다. 이 때문에 골프장 이용료도 비싸졌다.
골프장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266개 회원제‧대중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39.7%로 역대 가장 높았다. 대중 골프장은 이익률이 48.6%에 달할 정도다. 같은 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18.5%)이나 애플(30.9%)보다 높은 수준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골프장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업체들이 일종의 ‘배짱영업’을 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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