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동화 전환 고삐 죄는데…현대차, 오히려 유리?
IRA 이어 탄소규제까지… 높아지는 전동화 문턱
탄소규제는 GM·포드도 힘들다… 현대차 유리할 수도
미국 정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이어 강도 높은 탄소 배출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넘어야하는 전기차 문턱이 높아졌다. 안 그래도 2025년 조지아 공장 완공 전까지 힘을 쓰지 못하는 판에 탄소 규제책까지 덮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 전기차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현대차 입장에선 기회가 될 여지도 있다. 자국 기업에 유리한 IRA와 달리 탄소규제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버거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조지아 공장 완공 이후엔 현대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2027년식부터 2032년식 신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 비메탄계 유기가스(NMOG)와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 배출 허용량을 연 평균 13%씩 감축시키는 내용의 규칙 초안을 공개했다. EPA는 60일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2032년식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은 1마일(1.6km)당 82g으로 제한된다. 2032년까지 승용차와 트럭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절반 이상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기준이 확정될 경우 미국 내 완성차 기업들에 대한 전동화 전환 압박은 매우 커진다. 수치를 환산해보면 2032년까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7%가 전기차로 채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당초 전기차 전환 목표가 2030년까지 '절반'이었던 것에서 고삐를 더 죈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기후 위기 대응이지만 사실상 자국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앞당기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높아진 규제 문턱에 현대차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현대차 입장에선 IRA로 발목이 잡혀 전기차 판매량을 확대하고 싶어도 쉽지 않은 판에 강도높은 탄소 배출 규제안까지 통보받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탄소 배출 규제는 현대차와 같은 타국 기업에게는 보조금도 못받는데 내연기관 판매량까지 줄이라는 것"이라며 "미국 완성차 기업들에게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만들어 놓고 전기차를 열심히 팔수있게 도와주는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IRA가 자국기업에 유리한 지원책이었다면 EPA는 미국 내 모든 완성차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란 점에서 현대차가 빠져나갈 구멍도 있다는 평가다. IRA를 통해 자국 기업이 전기차를 더 많이 팔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지만, 미국 기업들의 속도가 따라붙지 못하면 오히려 미국 정부도 규제 문턱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이번 미국의 탄소배출 규제는 GM, 포드 등 미국 브랜드에게도 상당히 버거운 과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5.8%에 불과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기아는 미국에서 가장 준비가 잘 돼있는 기업 중 하나다. 현대차에게 어려우면 미국 브랜드에겐 더 어려울 것"라며 "미국 완성차 기업이 바이든 정부의 규제를 맞추지 못하면 미국 정부의 규제 수정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 조지아 공장이 2025년 완공되는 점을 고려하면 2032년까지를 기한으로 두는 해당 규제는 오히려 현대차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내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판매량을 필수적으로 줄인다면 오히려 전기차 시장에 발빠르게 진입한 현대차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IRA 조건에 충족해 보조금 수령도 가능해진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미국의 탄소 규제안은 전기차를 몇 대 더 팔아야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연기관 차와 전기차 판매량을 모두 합해 탄소 배출이 얼만큼 되는지가 핵심"이라며 "전기차 판매량을 크게 늘리지 못하면 내연기관 판매를 줄이면 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연기관 판매로는 미국 브랜드를 이길수 없었지만, 전기차 시장만큼은 미국 브랜드보다 현대차가 더 일찍 뛰어든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을 늘린다하더라도 현대차보다 늦은 미국 브랜드와 비교해 규제를 맞추기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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