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리 "한국 포탄, 우크라 지원 위해 바이든이 안보 보장해야"

임선영 2023. 4. 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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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기 위해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의 공격적인 대응에 맞서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피난처(shelter), 안보 보장(security guarantee) 없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포탄 지원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는 폴란드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전폭적인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韓, 러시아·중국 반발 두려워 해…바이든이 확신줘야"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보다 훨씬 더 많은 포탄을 보유하고, 매달 전장에서 훨씬 더 많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며 "한국이 포탄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거래(지원)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중국이나 러시아의 공격적인 대응에 맞서 미국이 지원을 제공할 것이란 확신을 한국에 주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보다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미국이 한국을 지원할 것이란 확신을 줘야 한국의 포탄 지원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의 인터뷰가 실린 12일(현지시간)자 뉴욕타임스 기사.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한국과 무기 인도와 탄약 전달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개입 없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포탄 지원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응을 두려워하고(fearful)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폴란드가 자국을 통해 한국산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요청했지만, 한국이 러시아·중국의 공격적인 반응을 우려해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다시 한 번 "미국의 개입과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일종의 피난처, 일종의 안보 보장 없이는 이런 일(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포탄 지원)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개입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합의 없인 절대 무기 이전 안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생긴 전력 공백을 한국산 무기로 채우겠다는 입장으로 한국으로부터 K9 자주포, K2 전차 등 무기를 잇달아 수입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회 지원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이와 관련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날 "한국과의 합의 없이는 절대 무기를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는 한국에서 많은 무기 시스템을 구매했지만, 우크라이나에 보낼 포탄을 한국에서 구매하려면 미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폴란드가 한국으로부터 구매한 K9 자주포. 연합뉴스

NYT는 최근 온라인에 유출된 미 문건엔 한국이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할 가능성이 적혀 있지만, 한국은 전쟁 중인 국가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 자국의 규정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제공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유출된 해당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포탄 재고가 부족해진 미국에 155㎜ 포탄 50만 발을 대여 방식으로 제공할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동맹 미국을 지원하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판매가 아닌 이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1월엔 155㎜ 포탄 10만 발을 한국으로부터 구매한 바 있다.

NYT는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이번 발언 관련해 한국 대사관은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고, 미 관리들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경제·국방 협력 강화를 위해 지난 11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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