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제2의 오세훈, 왜 나오지 않을까

류정민 2023. 4. 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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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서 비움이 채워짐의 예열 과정이라는 걸 증명한 이가 있다.

20년을 헤아리는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본 이유는 제2의 오세훈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2004년 정치인 오세훈이 실천한 솔선수범의 자세.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선거제 개편 당위성을 역설하고자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면 국민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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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20년만에 전원위원회 소집
움켜쥔 권력 그대로 선거제 개편
여야 모두 말로만 정치개혁 외쳐

정치에서 비움이 채워짐의 예열 과정이라는 걸 증명한 이가 있다. 2004년 1월6일 제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인물. 정치인 오세훈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 강남을 지역구로 둔 한나라당 초선 의원. 변호사 출신 오세훈은 차세대 기대주였다. 하지만 재선 도전 대신 불출마를 선택했다. 당시 그는 43세에 불과했다. 퇴장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오세훈의 선택이 주목받은 이유는 정치개혁의 아이콘으로 인식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정치관계법 개정을 견인하며 한국 정치의 토양을 바꿨다. 2004년 오세훈이 올해의 인물로 뽑힌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해 오세훈은 불출마를 선택했지만 국민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4선 서울시장의 위업을 달성했다. 20년을 헤아리는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본 이유는 제2의 오세훈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국회는 선거제 개편을 위해 20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소집했다. 현재 300석인 국회 의석 조정은 핵심 논의과제다. 의석을 330석 안팎으로 늘리거나 270석 안팎으로 줄이자는 견해가 나왔다. 구상은 거창한데 내용은 공허하다. 숫자의 향연을 채울 실행계획이 빈약한 탓이다.

국민은 의석을 늘리는 데 부정적이다. 의석을 늘려달라고 하기 전에 국민 시선이 싸늘한 근본 이유부터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여론의 동의를 구하는 꾸준한 노력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의석을 늘려달라면 어떤 국민이 호응하겠는가.

의석 축소 주장도 속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30석을 줄이면 영남, 호남, 충청, 강원 등 인구가 적은 지방은 직격탄을 맞는다. 고향 출신 국회의원 탄생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해당 지역 상실감을 어떻게 달래려 하는가. 숫자만 앞세운 의석 축소 주장은 정치 혐오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목할 부분은 선거제 개편을 대하는 여야의 모습이다. 절실함도 긴장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의원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국민이 마음을 열지 의문인데 그동안 너무나 느긋했다. 사실 방법은 있었다. 2004년 정치인 오세훈이 실천한 솔선수범의 자세. 자기를 던지는 노력이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선거제 개편 당위성을 역설하고자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면 국민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20년 만에 마련된 전원위원회는 기득권 내려놓기를 실천할 적기였다는 얘기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여의도 정가의 메아리는 미미하다. 유력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내년 4월 총선을 향하고 있기 때문일까. 정치 개혁을 위해 자기를 던지는 제2의 오세훈은 눈에 띄지 않는다. 말로는 정치 개혁을 외치지만 움켜쥔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자기 욕심이 반영된 결과 아닌가.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 유권자들이 결국 자기를 선택할 것이란 현역 의원들의 착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국회 전원위원회가 국민 외면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이 안겨준 ‘의원 배지’를 권력의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는 정치인이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 아니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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