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커지는 경기침체 가능성…Fed 긴축 끝 보인다

뉴욕=조슬기나 2023. 4. 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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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은행 실패, 아직 안끝났다"
3월 소비자물가 5%로 둔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12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대해 "아직 은행 실패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은행 위기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가운데,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올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소비자 물가도 한층 둔화하면서 Fed의 고강도 긴축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버핏의 경고와 경기침체 전망

일본을 방문 중인 버핏 회장은 이날 미 경제방송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추가 은행 위기에 대해 경계했다. 버핏 회장은 SVB 파산 이후 제기된 상업용부동산(CRE) 관련 우려를 인정하며 일부 은행이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위기가 더 광범위한 위협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버핏 회장은 "관리자들의 멍청한 결정을 미국 전체 시민들의 공포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며 "당황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미국 은행에 예치한 돈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기꺼이 100만달러의 판돈을 걸겠다고도 말했다.

버핏 회장 외에도, 전날 공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들은 지속된 긴축과 SVB 사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안정 리스크가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은 더 급격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Fed 위원들은 은행 위기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 경기침체가 찾아 올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다. 이날 Fed가 공개한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은행 부문의 잠재적인 경제적 영향을 고려할 때, 올해 말부터 완만한 경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약 2년에 걸쳐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당시 회의는 인플레이션 완화가 최우선이라는 판단에 의견이 모이며 결국 Fed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에드 하이먼 회장은 이날 미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접어들었고 Fed는 금리 인상 사이클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SVB발 금융 충격을 우려해 온 그는 "최소한 다음 회의에서는 인상하면 안 된다"며 "Fed가 잠시 멈추고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하는 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견조한 수준임을 인정하면서도 "경착륙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Fed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미 경제가 저성장,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그럴 수 있다"고 답변했다.

시장, 다음달 베이비스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은행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시장에서는 Fed가 다음달 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고 이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 달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이어, 6월 동결, 7월 인하가능성을 가장 높게 반영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다음 달 마지막으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Fed는 지난해 3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를 4.75~5.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물가는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 상승했다. 2021년 5월(5.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5.1%)도 소폭 하회한다. 전월에는 6% 상승으로 나타났다.

월간 CPI가 5%대를 보인 것은 2021년 9월(5.4%) 이후 처음이다. 여전히 근원 CPI는 전월 대비 상승했으나, 추세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다음 FOMC가 금리 인상의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더 얻었다"고 평가했다. KPMG의 다이앤 스윙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낮지는 않다"면서도 "1년 전보다 좋은 소식"이라고 진단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6%,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다음날인 13일에는 도매물가 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는 향후 통화정책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도 대거 포함됐다. 의사록은 "은행 부문의 흐름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신용여건이 악화하고, 이는 경제 활동, 고용 등을 짓누를 수 있다"며 "통화정책을 유연하고 선택적으로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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