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에 훈련까지… 반전 노리는 사자의 몸부림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SSG 랜더스전을 마친 삼성 선수단이 더그아웃에서 다시 그라운드로 나섰다. 그라운드엔 타격 연습용 그물망 2개가 처져 있었다. 시범경기나 전지훈련에서 주로 하는 야간 특타 훈련을 위해서였다. 너나 할 것 없었다. 박진만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 직접 공을 던졌고, 코치들도 직접 훈련 준비를 하며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삼성은 시즌 초반 위기를 맞았다. 12일 경기에서 0-3으로 지면서 6연패에 빠졌다. 2승 7패(12일 기준)로 한화 이글스와 함께 공동 9위, 최하위로 처졌다. 개막 전부터 삼성에 대한 평가가 후하진 않았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활약했지만 가을 야구에 가지 못했다. 세 선수 모두 붙잡는데 성공했으나, 국내 자원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KT 위즈와 1위결정전을 치렀지만, 2년 사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박진만 감독 역시 현실을 알고 있었다. 마무리 훈련을 일본으로 떠났다. 젊은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더 성장시켜 뎁스를 두텁게 하고자였다. 2월 동계훈련에선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가장 많은 연습 경기를 했고, 경기 내용이 나쁘면 곧바로 추가 훈련을 실시했다. 시범경기에선 주전들을 위협할 선수들이 연습량 덕분인지 좋은 모습을 보이며 2위에 올랐다.
박진만 감독은 "스프링캠프니까 이럴 수 있다. 부족한 걸 경기에서 느끼면 바로 수정하는 게 캠프의 목적이다. 물론 정규시즌은 또 다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9경기 만에 특타 훈련을 했다. 그만큼 절박하다.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뼈저리게 느낀다.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12일 경기 전 더그아웃에 비치된 화이트보드에 '두려움 없이 닥공'이란 메시지를 썼다. 이를 본 박진만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12일 경기에서도 타선은 침묵했다.
삼성 팀 타율은 10개 구단 중 9위(0.228)고, 출루율은 꼴찌(0.287)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아 기동력도 좋은 편이 아니다. 홈런은 그나마 공동 2위(7개)지만 홈 구장 '라팍'은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이다. 호세 피렐라가 그나마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했고, 박 감독이 타순을 이리저리 바꿔봤지만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마운드도 좋지 않다. 팀 평균자책점은 9위(5.04)다. 특히 탈삼진은 9이닝당 5.94개로 리그 평균(7.28개)보다 크게 떨어지는 최하위다. 투수들이 타자들과 싸워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베테랑 투수 우규민은 "젊은 투수들이 너무 착하다. 마운드에선 독하게 싸워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영입도, 트레이드도 하지 않았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자원에 대한 문의도 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만큼 팀 전력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박진만 대행 체제에서 승률 5할을 넘겨 5강권 진입은 가능하다는 계산을 했다. 그렇다고 당장 전력을 강화하기도 힘든 판국이다.
삼성이 그리는 시나리오는 선발진의 부활이다. 데이비드 뷰캐넌-알버트 수아레즈-원태인이 버티는 원투스리펀치는 강력하다. 지난해에도 세 투수가 투구 전체이닝의 40% 가까이를 책임지며 좋은 성적을 냈다. 뷰캐넌과 수아레즈는 시즌 첫 등판에서 NC 상대로 각각 5이닝 4실점, 3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원태인은 WBC 여파로 힘들어하고 있다. 4선발 백정현과 5선발 양창섭까지 선발투수 중 한 명도 승리를 못 챙겼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선발들이 점점 좋아질 가능성을 보인다는 거다. 외국인 투수들은 나란히 두 번째 등판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백정현도 12일 SSG전에서 5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선방했다. 만약을 대비한 예비 선발 장필준도 2군에서 준비중이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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