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4·5재보궐 선거로 드러난 혐오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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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적의(敵意)였다.
4·5 재·보궐 선거는 정치의 민낯을 다시 확인시켰다.
정치권은 이번 선거 결과가 여전히 지역감정의 골이 높다고 봤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 11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이제는 진보, 보수 등 정치성향을 달리하는 사람들끼리는 사돈도 맺지 않겠다고 한다"며 "정치양극화에 따른 부정적 현상이 비정치 영역에서도 만연하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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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영역까지 퍼진 혐오의 정치
"선거제도 손톱만큼이라도 개선해야"
무서운 적의(敵意)였다. 4·5 재·보궐 선거는 정치의 민낯을 다시 확인시켰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감정으로 우리 정치는 작동했다.
이달 5일 치러진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는 8.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6명의 후보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으로서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 지역의 터줏대감인 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하면서 실날 같은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같은 날 경남 창녕 군수 선거도 비슷했다. 보궐선거지만 57.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창녕군수 선거에서 성기욱 민주당 후보는 득표율 10.8%(3217표)로 7명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이 지역도 보궐선거의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후보자만 5명이 출마하면서 민주당도 어부지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정치권은 이번 선거 결과가 여전히 지역감정의 골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영남과 호남의 패권정당이 각각 무공천한 상황에서 경쟁 정당이 전혀 힘을 써보지 못한다는 것은 지역감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표심을 지배한 것은 다른 다른 감정과 정서가 작용했다. 유권자들은 "그 당 찍을 바에는 투표 안 하고 만다", "그 당에서 당선되면 이 지역 떠난다" 라며 적대감을 분명히 했다.
실제 정치적 견해는 이제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지난 11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이제는 진보, 보수 등 정치성향을 달리하는 사람들끼리는 사돈도 맺지 않겠다고 한다"며 "정치양극화에 따른 부정적 현상이 비정치 영역에서도 만연하다"고 개탄했다. 정치 현안에 대한 생각이 다르면 가족, 친구이라도 만나 대화하기가 싫어졌다는 하소연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새해초 한 여론조사에서는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은 국가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다’는 답변은 전국민의 3분의 2에 이른다고 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동료시민' 취급도 못 받는 것이다.
원인은 정치다. 정치 불문율 가운데 하나는 '지지를 얻기는 어려워도 상대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일은 쉽다'는 것이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것은 공격인 동시에 지지층을 모을 수 있는 전략적 정치 행위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 선거 전략은 자연히 유권자들이 상대당 지지를 거두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 정치를 걱정하며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만든 비토크라시(vetocracy)라는 용어는 이제 우리 정치를 설명하는 용어가 됐다.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두 거부하는 극단적 파당정치, 비토크라시의 뜻이다.
회의론에도 일부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논의를 밀어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극단에 서 있는 정치의 한복판을 직접 경험한 여야 의원들은 극단적인 파당정치로 제대로 된 협치가 작동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금이라도 정치를 바꿔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가 국가 발전을 발목 잡고, 국정을 교란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국력을 잠식하고 탕진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정치인 자신도 세월을 허송하고 인생을 낭비하게 만든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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