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발 복귀전, '8이닝 무실점' 문승원의 활약

양형석 2023. 4. 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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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2일 삼성전 8이닝8피안타1볼넷 무실점 승리, SSG 6연승 질주

[양형석 기자]

SSG가 파죽의 6연승을 내달리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했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3-0으로 승리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했던 SSG는 이후 6경기를 모두 잡아내는 뛰어난 경기력으로 올 시즌에도 초반부터 단독선두를 달리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7승1패).

SSG는 4회 삼성 선발 백정현으로부터 선제 솔로홈런을 터트린 박성한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면서 2안타2타점1득점으로 활약했고 최정은 역대 17번째, 구단 역사상 최초로 2000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이날 김원형 감독과 SSG팬들을 가장 기쁘게 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8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682일 만에 감격적인 선발승을 따낸 '리그 최강 5선발' 문승원이 그 주인공이다.
 
 문승원의 역투(자료사진).
ⓒ 연합뉴스
 
KBO리그 1호 비FA 다년계약의 주인공

작년 스토브리그에서 양의지(두산 베어스)와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이상 롯데 자이언츠),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이상 한화 이글스), 박동원(LG트윈스) 등이 연쇄이적을 한 것처럼 FA선수들의 이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FA는 언제나 구단의 지명을 받는 입장이었던 선수들이 직접 구단을 고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시장의 평가를 받은 후에 행선지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단에게도 팀 내 핵심선수를 미리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2021년 FA자격을 갖추지 못한 소속선수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아직 이 제도가 도입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KBO리그에서는 이미 많은 구단들이 비FA 다년계약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스토브리그에서 'FA대어'들이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작년 2월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타자 구자욱은 FA를 1년 남겨두고 삼성과 5년 총액 12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구자욱은 작년 시즌 99경기에 출전해 타율 .293 5홈런38타점69득점으로 부진했기 때문에 다년계약은 구자욱에게 무척 다행스런 일이었다. 롯데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도 작년 10월 롯데와 5년90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최소 2027년, 최대 2029년(군복무시)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NC다이노스도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구창모와 작년 12월 6+1년 총액132억 원에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미래에 대비했다. 특히 박세웅과 구창모는 투수로서 정점에 올랐다고 할 수 없는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아직 군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년계약의 '잭팟'을 터트렸다. LG 역시 지난 1월 두 번째 FA를 1년 앞둔 골든글러브 유격수 오지환에게 6년 총액 124억 원의 장기계약을 안겼다. 

KBO리그에 비FA 다년계약을 유행시킨 팀은 바로 SSG였다. SSG는 2021 시즌이 끝난 후 그 해 12월 잠수함 투수 박종훈과 5년 총액 65억 원, 거포외야수 한유섬과 5년 총액 6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21년12월14일 박종훈과 함께 SSG와 5년 총액 55억 원의 조건에 리그에서 가장 먼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던 선수가 바로 SK와이번스 시절부터 '리그 최강 5선발'로 불리던 우완 문승원이다.

공식 선발 복귀전에서 8이닝 무실점 환상투

사실 작년 12월 박종훈과 문승원이 역대 처음으로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을 때 야구팬들의 반응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비FA 다년계약'이라는 용어 자체가 야구팬들에게 썩 익숙하지 않았고 두 투수가 나란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재활 중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졸 선수로 계약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박종훈과 달리 대졸선수였던 문승원은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중견 선수였다.

하지만 2021년 6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문승원은 1년 동안 착실한 재활 과정을 거친 후 7월 초에 1군에 복귀했다. 문승원은 수술 전 커리어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활약했었지만 복귀하자마자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좋지 않다고 판단한 김원형 감독은 문승원을 불펜투수로 활용했다. 작년 정규리그 23경기에서 1승1패3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5.11을 기록한 문승원은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커리어 두 번째 우승반지를 얻었다.

하지만 문승원의 '본업'은 역시 선발이었고 문승원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선발투수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 등판해 9이닝1실점으로 호투한 문승원은 4월 6일 롯데전을 통해 676일 만에 선발 복귀전을 치렀다. 문승원은 이날 3이닝1실점으로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지만 인천SSG랜더스 필드에 비가 내리면서 '노게임'이 되고 말았다. 문승원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복귀전이었다.

하지만 문승원은 12일 삼성과의 대구 원정에서 치른 '공식 복귀전'에서 8이닝 무실점 호투로 2021년 5월 30일 한화전 이후 682일 만에 짜릿한 선발승을 따냈다. 비록 8회까지 삼성 타선에게 8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단 하나의 장타도 허용하지 않았고 탈삼진 2개를 기록하는 동안 볼넷은 1개 밖에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효율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문승원은 2019년 3월 28일 LG전 이후 무려 1476일 만에 8이닝을 소화했다.

현재 SSG 마운드는 1선발로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 에니 로메로가 어깨부상으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고 에이스 김광현도 어깨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올해 풀타임 복귀 시즌을 맞는 문승원이 5선발이 아닌 그 이상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복귀전에서 8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문승원의 호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문승원은 올해 생애 최고 시즌이었던 2019년(11승7패3.88)에 버금가는 성적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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