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rm 깜짝 파트너십 발표…삼성·TSMC에 도전장

모바일부터 車·IoT·데이터센터까지 협력 확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과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Arm이 '깜짝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이후 사업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인텔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의 '절대 강자' Arm과 손을 잡으면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제대로 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인텔은 Arm이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와 함께 인텔의 18A(옹스트롬·0.1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 시스템온칩(SoC)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18A는 1.8나노미터(㎚·1㎚=10억분의1m) 공정을 의미한다. 인텔과 Arm은 스마트폰용 SoC를 시작으로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항공우주 분야로 점차 협력 분야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구체적으로 Arm 반도체를 어디에서 생산할지 언급하진 않았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에 기반을 둔 IFS의 견고한 제조시설에서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팅 성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동안 반도체 설계인 팹리스 회사들은 첨단 모바일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라면서 "인텔과 Arm의 협업은 시장 기회를 확대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개방형 공정을 사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팅과 효율성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 상황에서 우리 업계는 새로운 차원에서 혁신해야 한다"면서 "Arm이 세계를 뒤바꾸는 차세대 제품을 만듦으로써 Arm과 인텔의 협력이 IFS를 우리 고객사에 핵심 파운드리 파트너사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이 손을 잡은 Arm은 모바일 반도체 설계 디자인에 특화된 지식재산권 기반 기업이다. 특히 Arm은 애플, 퀄컴, 삼성전자 등에 칩 설계 디자인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Arm 설계를 기반으로 자사에 맞는 칩을 재설계해 판매하고 있다. Arm이 인텔과 이렇게 협력하면서 향후 수년 내에 Arm의 고객사인 애플이나 퀄컴 등이 파운드리 계약 건과 관련해 TSMC나 삼성전자 대신 인텔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번 협력이 인텔의 기술 로드맵에 대한 Arm의 신뢰를 의미하는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인텔은 2021년 겔싱어 CEO 취임 이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같은 해 7월 나노미터를 뛰어넘는 옹스트롬 시대를 2025년부터 열겠다고 선포했다. 인텔은 인텔 20A(2나노 수준), 인텔 18A(1.8나노 수준) 등 초미세 공정을 상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시점에서 주목받는 건 인텔이 18A 공정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2나노 공정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최근 한 행사에서 20A와 18A 공정 개발을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반도체는 결함이 없는 합격품인 수율이 중요해 양산이라는 문턱이 남아 있다.

인텔과 Arm의 협업이 성공을 거두면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이 입지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커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58.5%, 삼성전자 15.8%, UMC 6.3%, 글로벌 파운드리 6.2%, SMIC 4.7%, 화홍그룹 2.6%, PSMC 1.2%, 타워(인텔 계열) 1.2%, VIS 0.9%, DB하이텍 0.9% 순이다.

다만 현재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규모는 연간 매출 10억달러로 전체 인텔의 매출 중 1.4%에 불과하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Arm의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는 조만간 Arm의 나스닥 상장에 공식 합의하고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