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1억건 시대…왕좌 쟁탈전 서막 올랐다

김철현 2023. 4. 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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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인수로 전열 정비한 큐텐
알리익스프레스 1000억원 투자해 점유율 확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지속 성장

국내 직구·역직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소비자가 해외에서 물건을 사는 '직구'와 해외 소비자가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역직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절대 강자는 없다. 최근 큐텐, 알리익스프레스 등 관련 기업이 사업 확대를 위해 잇따라 전열 정비에 나선 이유다. 직구와 역직구를 포괄하는, 이른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이커머스' 시장 쟁탈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13일 큐텐은 최근 인수한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와 지난해 인수한 티몬 등 계열사 간 유기적인 결합을 강화해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서 세운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경쟁력 있는 한국 상품과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물류망을 통한 빠른 배송으로 성장했다. 현재 큐텐은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 5개국에서 7개의 현지화된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11개국 19개 거점에 걸친 물류 인프라가 있다. 이를 각각 약 400만 명의 월간 사용자(MAU)를 보유한 티몬, 위메프 등 국내 플랫폼에 적용해 직구, 역직구 시장에서 치고 나가겠다는 게 큐텐의 구상이다.

실제로 티몬에서는 지난달 직구 거래액이 큐텐에 인수되기 전인 지난해 9월에 비해 55.9% 증가했다. 큐텐의 해외 판매자가 직접 상품을 등록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데다가 큐익스프레스의 물류망을 기반으로 배송기간을 3일 이상 단축, 1주일 이내로 줄인 것이 주효했다. 역직구 분야에서도 큐텐은 국내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큐익스프레스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해외배송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큐텐은 이 같은 전략을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에도 적용해 시너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큐텐 영종도 풀필먼트 센터

국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서 큐텐의 경쟁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아마존 등이다. 우선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한국 시장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10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투자를 10배 확대하는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2018년부터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초석을 다져온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가 국내 시장을 손에 쥘 기회라고 봤다. 그동안 '5일 배송 서비스' 등으로 직구의 장벽을 허물고 가격 경쟁력도 높여 사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배송을 책임지고 있는 CJ대한통운이 현재 한 달에 100만 박스 이상의 알리익스프레스 상품을 배송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발 해외직구 점유율은 건수 기준으로 2020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금액 기준으로도 지난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한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며 "해외직구 장벽을 해소하고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마존은 11번가에 투자해 지난 2021년부터 미국 아마존 상품을 11번가 앱과 웹사이트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아마존 미국이 직매입해 판매하는 상품 중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서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진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해외 직구가 9612만 건, 금액은 47억25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직구 건수 최근 4년 연평균 성장률은 32.2%다. 올해 직구 1억건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역직구 역시 2021년 기준 4049만7000건, 액수는 17억5000만 달러 규모였다. 연평균 성장률은 50%를 웃돈다. 올 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전년 대비 7.5% 증가에 그치는 등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 쿠팡 등이 주도하고 있어 점유율을 확대하는 게 쉽지 않다"며 "반면 성장하는 직구, 역직구 시장은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여 관련 업체들의 성장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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