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이차전지주, 외인은 반도체주…아직은 개인 판정승
삼성전자 3.13%, 포스코홀딩스 10.46% 올라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 매매 종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통의 간판 주식인 반도체주를,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끈 이차전지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익률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무게중심이 반도체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과 개인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관심거리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1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8004억원치 사들였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1752억원), 현대차(1496억), 기아(1252억원), 삼성SDI(1055억원) 순으로 순매수했다. 이와 달리 외국인들은 이차전지 종목을 주로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포스코홀딩스(1조7795억원)를 가장 많이 순매도했고, 이어 SK하이닉스(2894억원), 에코프로(1927억원), 엘앤에프(1189억원), DB하이텍(758억원) 순으로 팔았다.
개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외국인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포스코홀딩스(1조9518억원)로 나타났다. 이어 엘앤에프(2993억원), 에코프로(2876억원) 순으로 순매수했다. 이차전지 관련주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개인들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인 삼성전자(1조6630억)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이어 셀트리온(2549억원), 현대차(2169억원) 등을 순매도했다.
지금까지 판세는 개인 투자자들이 우세하다. 이 기간(4월3일~4월12일) 삼성전자 주가는 3.13% 올랐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보다 훨씬 높은 10.46% 상승했다. 엇갈린 투심은 신사업에 대한 상반된 평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은 포스코홀딩스를 철강기업이 아닌 신소재 기업으로 여기고 있다”라며 “최근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급등한 만큼 이차전지의 원재료인 리튬 등 신사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외국인들이 변함없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분기 반도체 실적 바닥 기대감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결정하자 국내 증권사에 이어 외국계 증권사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HSBC는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미즈호는 7만7000원에서 8만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지부진했던 감산 결정이 나면서 공급과잉 국면이 이전 전망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에코프로와 엘앤에프 등 이차전지주에 대해서도 외국인과 개인의 투심은 엇갈리고 있다. 에코프로는 이달 들어서만 54.26%, 올해 들어서는 무려 646.60% 상승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만 에코프로를 1조1639억원치 사들인 반면 외국인은 4709억원치 순매도했다. 엘앤에프는 이달 들어 1.28%, 올해 들어서는 83%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주가가 과열됐다고 보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 주가가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를 어디까지 반영해야 적정한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12일 처음으로 에코프로에 ‘매도’ 의견을 낸 하나증권 김현수 연구원은 “현재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다”라며 “위대한 기업이지만 현재 좋은 주식으로 보긴 어려우며, 적정가치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역시 에코프로에 투자의견 ‘홀드’를 제시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지배하는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주 수입원으로, 지주회사의 가치는 보유 지분에 대한 가치로 일정한 할인율을 받아왔으나 에코프로는 20%가량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가 급등에 따른 순자산 가치 증가를 반영하더라도 현재 주가는 적정주가보다 과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이차전지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이 승기를 잡았지만 시장의 무게중심이 반도체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3월 이차전지 분야로의 수급 쏠림에 대응해, 앞으로는 투자자들이 이차전지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라며 “과거 경험상 반도체 업황의 턴어라운드 국면에서 반도체 주식이 양호한 성과를 거둔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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